거리의 리듬, 축제를 물들이다
국내외 32개 팀 라이브 무대
“글로벌 쇼케이스형 축제로 진화”
‘엘리아스’ 골든 버스킹상 영예
2025년 10월 19일(일) 19:55
‘제4회 광주 버스킹월드컵’이 15~19일 5·18 민주광장 일원에서 펼쳐졌다. 우승을 차지한 ‘엘리아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바람도 선선하고 노래도 시원해서, 스트레스로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5·18민주광장 위로 한 줄기 조명이 쏟아지자 관객들의 함성이 터졌다. 기타 줄이 퉁겨지고 드럼이 리듬을 쪼개자 도심의 공기가 달아올랐다. 광장은 어느새 거대한 콘서트홀이 되었고, 시민들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축제의 밤을 만끽했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제4회 광주 버스킹월드컵’이 닷새간의 여정을 마쳤다. 올해 축제는 단순한 경연을 넘어 세계 음악 시장과 직접 맞닿는 ‘글로벌 쇼케이스형 축제’로 진화하며 충장축제의 열기에 새로운 리듬을 더했다.

광주 버스킹월드컵은 전 세계 거리 예술가와 뮤지션들이 모여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는 국제 음악 축제다. 올해는 국내 18팀, 해외 14팀 등 총 32개 팀이 본선에 올라 각자의 개성이 담긴 사운드로 관객과 호흡했다. 공연은 5·18민주광장의 ‘저니스테이지’와 ACC 하늘마당의 ‘그린스테이지’에서 번갈아 진행됐다.

16강에 오른 ‘핫클럽디록커빌리’(Hot Club de Rockabilly)는 재즈·록·어쿠스틱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청춘의 감정과 일상을 진솔하게 풀어낸 자작곡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기타, 바이올린, 색소폰, 드럼이 어우러진 복고풍 사운드에 시민들은 자연스레 손을 흔들고 박자에 몸을 실었다.

아일랜드의 싱어송라이터 소니 케이시는 서정적인 기타 선율과 차분한 목소리로 낭만적인 무대를 완성했다. 연인과의 이별 등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자작곡은 버스킹의 본질인 ‘진심의 음악’을 고스란히 전하며 뜨거운 광장에 잔잔한 위로와 여운을 남겼다.

올해 본선 무대에는 ‘추천곡 제도’가 새롭게 도입됐다. 참가 뮤지션이 창작곡 외에 관객이 제안한 K-POP이나 팝송을 부를 경우 가산점을 받는 방식이다. 무대에는 프랭키 발리의 ‘Can’t Take My Eyes off You’, 아바의 ‘Dancing Queen’ 같은 팝 명곡부터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등 K-POP까지 익숙한 멜로디에 각 팀의 개성을 더한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지며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제4회 광주 버스킹월드컵’이 15~19일 5·18 민주광장 일원에서 펼쳐졌다. 결선 진출팀 ‘시나비’의 공연 모습.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19일 최종 결선에는 코모로·프랑스 ‘엘리아스’, 태국 ‘헬리콥터 세컨핸드’, 한국의 ‘시나비’, ‘크랙샷’, ‘똘갱스’가 올랐다. 이들은 각자의 색깔로 축제의 마지막 밤을 물들였다.

첫 무대의 포문은 ‘똘갱스’가 열었다. 전통 타악과 판소리에 현대적 K-POP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한 무대는 감각적인 에너지를 자아냈다. 특히 자작곡 ‘장타령’이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익숙한 후렴이 울려 퍼지자 시민들의 어깨는 절로 들썩였다.

이어 등장한 포스트 글램 메탈 밴드 ‘크랙샷’은 록과 메탈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그대로 쏟아냈다. 거침없는 기타 리프와 파워풀한 드럼, 몸을 내던지듯 터져 나오는 보컬의 열정이 맞물리자 관객들은 순식간에 무대에 빨려들었다. 흰머리 성성한 어르신부터 10대 청소년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구르고 점프하며 리듬을 타는 모습이었다.

이날 골든 버스킹상(1위)의 영예는 ‘엘리아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섬의 리듬과 록의 강렬한 에너지를 결합한 독창적인 사운드로 무대를 압도했다. 보컬 엘리아스 벤 조마의 거친 음색과 드럼, 베이스가 빚어낸 리듬은 도심 한가운데를 뜨겁게 달궜고, 관객들은 국경을 넘어선 음악에 환호로 답했다.

결선 심사에는 시민심사위원 30명이 직접 참여했다. 시민들은 몰입도, 창의성, 관객 호응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했으며 엘리아스는 “가장 강렬하고 완성도 높은 무대”라는 찬사를 받으며 최종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이밖에 실버 버스킹상(2위)은 크랙샷, 브론즈 버스킹상(3위)은 헬리콥터 세컨핸드가 차지했으며, 시나비와 똘갱스가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수상자들에게는 1등 상금 2000만 원을 포함해 총 4000만 원 규모의 상금과 함께 음원 유통, 홍보 등 후속 지원이 제공된다.

또 이번 대회는 세계 주요 음악 페스티벌 감독 10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단순한 경연을 넘어 ‘쇼케이스형 축제’로의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광주 무대가 세계 음악 시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이자,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될 지 기대가 모인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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