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이 건강해야 우리 사회도 건강해집니다”
17년 째 이주민 무료 의료 봉사…강주오 행복을주는가정의학과 원장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설립 초기부터 활동…캄보디아 봉사도
“이주민 건강권 보호는 국가·공공의료 위한 것…지속 관심을”
2025년 10월 12일(일) 19:15
강주오 원장은 올해 8월 캄보디아 캄퐁스퓨주 광주진료소 의료 봉사에 참여했다. <강주오 원장 제공>
광주이주민건강센터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이주민 의료봉사 단체다. 2005년 종교·사회·시민단체와 뜻있는 의료인들이 소모임 형태로 조직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이주민들을 위해 내·외과, 치과, 산부인과 의사들과 한의사, 약사 등이 무료로 진료한다.

강주오(47) 행복을주는가정의학과 원장은 이곳에서 17년째 이주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평일 진료 끝에 찾아온 휴일의 평화를 반납하고 일요일이면 기꺼이 센터로 나가 이주민들의 주치의를 자처한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강 원장은 전남대병원 공중보건의로 대체 복무하던 중 선배의 권유로 2008년 센터와 연을 맺어 지금까지 진료 봉사를 계속해 오고 있다.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타국에서 온 이주민들은 말도 통하지 않고, 정보도 모르고, 경제적 여유도 없어 아파도 꾹 참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늘날 광주·전남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된 이주민들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도 건강할 거라는 믿음에서 봉사를 시작했죠.”

수익성 사업이 아닌 탓에 봉사자들의 가입과 탈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사명감 하나로 센터 설립 초창기 때부터 꾸준히 활동해 왔다.

광산구 보건소 3층에 위치한 센터는 원칙적으로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만 치료한다. 센터를 찾는 이주민들의 증상에는 사연이 담겨있다. 신체 일부가 다쳐도 돈이 없어 고통을 참고 방치해 곯은 상처, 증상이 발현된 지 오래됐지만 손쓰지 않아 악화된 장기, 공사장 등에서 힘들고 거친 일을 해 늘어난 근육, 고혈압과 당뇨까지 다양하다.

강 원장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몸짓과 표정, 서툰 한국어 표현만으로도 고맙다고 마음을 전하는 환자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며 “그분들의 감사는 단지 육체적 통증을 덜어준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픔에 공감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년 째 함께하고 있는 의사들끼리는 끈끈한 ‘전우애’가 있다. 불티나던 센터 진료를 마치고 서로를 바라보면 마치 ‘전사(戰士)’를 연상케 한다. 2년 전부터는 센터에서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 캄보디아 광주 봉사단의 의료 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강 원장은 올해 8월에도 캄보디아 캄퐁스퓨주 광주진료소를 찾았다. 의료 취약지 최일선에서 현장을 목도하고 체감하면 센터를 찾는 환자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 손가락 작은 상처 하나도 제때 치료받지 못해 낫고 다치기를 반복하다 결국 절단에 이른 환자를 보며 큰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이주민의 건강권 보호는 국가와 공공의료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이주민들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 일을 하지 못하게 돼 농촌과 어촌 등 산업이 멈춰서고 이들이 전염병에 걸리면 국가 질병관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한국 땅에서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주민들의 기본적인 건강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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