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광주 전남의 굿즈 & 뮷즈는?
인기 상승 민화뮤지엄, 미술관·ACC 굿즈도 다양
2025년 10월 10일(금) 08:00
한국민화뮤지엄 아트숍인 율아트. /최현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과 리움이 굿즈 열풍을 선도하는 동안 광주·전남에서도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굿즈 문화를 꽃피우고 있다. 전시장에서의 감동이 가방과 노트, 티셔츠와 컵으로 이어져 관람객의 삶 속에 스며들고 있다.

#‘케데헌’ 까치호랑이 인기 실감, 한국민화뮤지엄 율아트

강진에 자리한 한국민화뮤지엄을 찾은 9월의 어느 날, 광주에서 온 고등학생 단체 관람객들로 박물관 전체가 북적였다. 학생들은 민화 전시 관람과 체험을 마친 뒤 기념품점 ‘율아트’ 앞에 모여 다양한 굿즈를 살펴보며 즐거워했다. 율아트에는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 자매와 함께 찾은 30~40대, 60대 이상의 어르신들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호랑이 굿즈 있나요”라고 묻는 모습은 낯설면서도 놀라웠다. 애니메이션 한 편이 민화의 인지도를 이만큼 끌어올렸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한국민화뮤지엄에서 만든 작호도 키링. /최현배 기자
한국민화뮤지엄은 강진군 대구면에 자리한민화 전문 박물관이다. 국내 최초 민화 전문박물관인 조선민화박물관(강원도 영월군)의 자매관으로, 민화의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과 민화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국내 최대 규모 민화 박물관이기도 하다. 5000여 점의 민화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 기획전, 민화체험, 굿즈·도서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민화뮤지엄 1층에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아트숍 ‘율아트’가 마련돼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단연 ‘작호도’ 굿즈다. 키링 4종, 배지 4종, 문진과 티셔츠, 컵받침, 메모지, 자석 등 수십 가지 품목이 준비돼 있다. 작호도 외에 온라인몰에 등록된 상품만도 1500여 종에 달한다.

애니메이션 ‘케데헌’ 인기에 힘입어 한국민화뮤지엄에 전시된 작호도를 직접 보고 싶어하는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최현배 기자
그 가운데서도 조선시대 민화에서는 보기 드문 가로형 호랑이 그림은 ‘케데헌 호랑이’를 떠올리게 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박물관은 이 작품을 비롯해 5000점이 넘는 민화를 소장하고 있는데 오슬기 관장의 부친인 오석환 조선민화박물관 관장이 1980년대부터 사비로 수집해온 결과다. 국가나 국공립 기관이 민화에 관심을 갖기 전부터 시작된 노력 덕분에 현재 민화 분야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소장처가 됐다.

굿즈 개발은 2001년 조선민화박물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념품이라고는 발마사지기 같은 천편일률적 상품뿐이던 때, 민화의 매력을 살린 엽서를 처음 만들었다”는 것이 오 관장의 설명이다. 이후 엽서를 시작으로 생활용품, 교구, 화방용품까지 영역을 넓혀왔고 코로나 시기에는 오프라인 운영이 막히자 직원 전원을 굿즈 개발과 온라인 사업으로 돌려 ‘율아트’라는 브랜드를 본격화했다. 그 결과 굿즈 라인업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최근에는 인천공항·청주공항 면세점, 대형서점, 아트박스 등 유통망까지 확장됐다.

‘케데헌’ 열풍 이후 반응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원래 민화 굿즈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시험 합격과 입신 출세를 기원하는 ‘어변성룡도’였어요. 수능철, 승진철이면 불티나게 팔리곤 했죠. 그런데 케데헌 이후엔 작호도가 단숨에 1등으로 올라섰습니다. 판매율이 기존 대비 1200% 증가할 정도였으니까요.” 작호도의 역전 현상은 문화가 얼마나 빠르게 대중의 소비를 바꾸는지 보여준다.

율아트의 굿즈 개발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가격은 ‘방문객이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하고 제품은 ‘박물관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말자’는 원칙 아래 수십 차례 테스트를 거친다. 무엇보다 ‘민화의 대중화’라는 목표가 가장 크다.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화 애호가들이 더 쉽게 민화를 그리고 더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화방용품까지 직접 개발했다. 1시간이 걸리던 안료 갈이를 몇 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물감, 민화 전용 붓과 한지까지 자체 제작해 보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굿즈는 수익보다도 민화를 생활 속으로 가져오기 위한 수단이에요. 박물관에서만 머무는 그림이 아니라 일상에서 쓰이는 노트와 컵, 액세서리를 통해 늘 가까이 보는 그림이 되는 거죠.” 실제로 율아트에는 까치호랑이 브로치와 북클립, 크리스털 문진, 쿠션과 가방, 모자까지 생활과 패션 전반에 걸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판매 속도는 생산을 앞지를 정도이고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바이어들로부터도 주문과 협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문화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예전에는 인기 없던 그림이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 세대를 넘나드는 굿즈가 되잖아요. 박물관의 역할과 책임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남도립미술관 아트숍

전남도립미술관 1층에 마련된 아트숍. /최현배 기자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의 아트숍은 단순한 ‘방문 기념품’이 아니라 미술관 ‘작품’의 감각을 이어온 아트상품이라는 자부심으로 운영된다. 2021년 3월 개관과 함께 문을 연 뒤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해왔고 현재 소장품과 전시를 토대로 한 엽서·패브릭 포스터·퍼즐부터 한정 티셔츠·머그·키링까지 개성이 살아있는 굿즈를 선보인다.

이곳의 아트 상품은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다. 엽서와 패브릭 포스터, 퍼즐은 모두 미술관 소장작으로 제작했고 이건희 컬렉션으로 호응을 얻었던 작품들, 컬러감이 좋은 윤재우, 오지호 등의 작업이 우선순위에 오른다.

전시성과가 좋을 경우에는 작가별 별도 허가를 받아 협업 굿즈도 낸다. 팝 아티스트 줄리안 오피의 ‘Walking in London(워킹 인 런던)’을 적용한 에코백, 허영만 전시 기념 티셔츠(성인 사이즈 완판), 기획전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의 100장 한정 티셔츠(완판)가 대표적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이 작가들과 협업해 만든 에코백. /최현배 기자
베스트셀러는 단연 엽서다. 현장에서의 감상과 날짜·장소의 기억을 가장 간편하게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올봄 강종열 전시 머그도 판매 호조를 보였다. 미디어아트 전시에서 착안한 ‘쁘띠 스카프(트윌리)’는 무늬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을 생활 액세서리로 확장한 사례로 반응이 좋아 추가 제작을 검토 중이다.

연초에는 소장품 캘린더가 ‘뜯어 액자처럼 걸 수 있는’ 포맷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사랑받는다. 자석은 사각 프레임이나 라운드형 등 형태별 유행이 뚜렷해 시즌별 기획이 이뤄지고 미술관 로고를 활용한 키링·인센스 홀더 등 자체 브랜딩 아이템도 인기가 높다.

도립미술관 아트숍의 강점은 ‘직영’·‘소량·맞춤’ 제작이다. 자체적으로 디자인을 잡고 샘플-수정-완성의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품질을 끌어올린다. 관광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성품 대신 미술관 맥락을 잃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0월 2일부터 시작되는 국립중앙박물관 순회전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기간에는 박물관 제작의 마오리 마그넷·모아나 키링·엽서·자석 등 연계 상품을 직접 구입해 판매, 전시 경험을 쇼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전시는 2026년 1월 4일까지 이어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상품점 ‘들락 DLAC’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상품점 ‘들락’을 찾은 방문객들이 아트상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최현배 기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지하 3층 아시아문화광장 한 공간에 자리한 문화상품점 ‘들락(DLAC)’은 전당의 전시와 공연, 책과 도서관을 오간 관람객이 잠시 쉬어가며 들를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이름처럼 누구든 부담 없이 ‘들락날락’하며 문화적 여운을 기념할 수 있는 아트숍이다.

들락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어떻게 방문객에게 문화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브랜드 이름에도 ‘Dots and Lines of Asian Culture’라는 뜻을 담아 아시아 각국의 문화예술을 연결하고 교류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아시아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생활용품과 디자인 굿즈는 ‘아시아의 선물’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전당의 이야기를 일상 속에서 오래 간직하게 한다.

들락에서 만날 수 있는 상품은 대략 500여 종. 이 가운데 90%는 들락이 직접 개발한 것이다. 남은 10%는 전시나 콘텐츠와 연계해 외부 아티스트와 협업한 제품들이다. 팬 스트랩, 손수건, 부채 같은 생활용품은 언제나 꾸준히 잘 팔리는 품목이며, 전시 기획에 맞춰 제작한 한정판은 눈길을 끈다.

ACC 개관 10주년 특별전 ‘봄의 선언’에 맞춰 제작된 씨앗 페이퍼, 토트백, 장영혜중공업 티셔츠, 모빌 키트 등은 찾는 사람들이 많아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ACC 포커스 전시 ‘료지 이케다’에서는 ‘data. gram.series’를 그래픽으로 재해석한 티셔츠와 캡, ‘애호가 편지’ 작품을 바탕으로 한 스트랩 펜 홀더와 소창 손수건이 솔드아웃을 기록했다. 전시의 경험이 곧바로 ‘쇼핑’으로 연결된 사례다.

ACC 문화상품점 ‘들락’에 전시된 아트상품들. /최현배 기자
들락은 브랜드 시그니처 그래픽을 시즌마다 발표해 이를 활용한 문구류와 생활용품을 제작한다. ACC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시각화 한 이미지가 수건, 노트, 엽서에 담기면서 방문객에게 찾기 쉬운 기념품이 된다. 국내 관람객은 생활용품과 티셔츠를 즐겨 찾고 외국인 방문객은 휴대하기 좋은 문구류를 선호하는 편이다. 주 방문객은 20~30대지만 실제 구매력에서는 40~50대도 크게 기여한다. 가격대는 부담 없는 수준으로 맞추되, 상품마다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ACC 들락이 강조하는 것은 수익보다 문화적 파급 효과다. “관광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념품이 아니라 전시와 아시아 문화예술을 일상으로 이어가는 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문화 접근성을 넓히고, 아시아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디자인 생태계를 지원하며, 판매로 발생한 수익은 다시 창작으로 순환하는 구조를 꿈꾼다. 오프라인 숍에서 출발한 들락은 지난해부터 온라인 판매도 개시해 광주를 찾지 못한 이들에게도 ACC의 문화경험을 전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아트숍 ‘G#’ & 우제길미술관 아트숍

광주비엔날레 아트상품은 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에만 만날 수 있다. 올해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열리는 11월 2일까지 전시장 야외 광장에 마련된 팝업 카페 ‘미네랄하우스’에서 G# 아트숍이 운영된다. 전시를 본 뒤 잠시 들러 커피를 마시며 굿즈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트숍 ‘G#’은 광주비엔날레의 ‘G’와 확장을 의미하는 프레임, 그리고 shop의 ‘#’을 결합한 이름이다.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전시 관람의 여운과 감흥을 확장시키고 또 다른 체험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가방, 티셔츠, 컵, 도자기, 키링 등 전시와 어울리는 감각적인 상품이 다채롭게 진열돼 있으며, 구입하지 않더라도 구경하는 것만으로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광주비엔날레 아트숍의 다양한 아트상품들. 비엔날레 기간에만 만날 수 있다. /최현배 기자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문구류다. 로고가 새겨진 노트와 필통은 기념품으로 찾는 사람이 많고 로고 디자인이 적용된 키링이나 스티커 역시 부담 없는 가격대 덕분에 꾸준히 팔린다. “비엔날레 로고가 있다는 점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방문했다는 표시, 추억을 담는 기념이 되는 거죠.” 아트숍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 디자인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들이 눈에 띈다. 광주 아트숍과 로파(LOFA)가 함께 제작한 콜라보 상품, 다양한 브랜드 협업 굿즈가 전시와 어울리게 기획됐다. 설화 속 바리데기 이야기를 담아낸 디자인 ‘바리데기 가방’과 액운을 막아준다는 상징을 담은 물고기 인형도 인기다.

광주 운림동에 자리한 우제길미술관은 색면추상의 대가 우제길 화백의 작품 세계를 중심으로 한 사립 미술관이다. 2001년 개관 이후 2014년 건축가 승효상의 설계로 증축되면서 전시실, 교육실, 작품 아틀리에, 야외 조각공원까지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관람객에게 또 다른 감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미술관 내부에는 전시 감상 후 자연스럽게 들를 수 있는 아트숍과 아트상품 갤러리가 마련돼 있다. 단순히 방문 기념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우제길 화백의 독창적인 색면추상 미감을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통로가 된다.

우제길미술관 아트상품인 에코백. /최현배 기자
아트숍에는 스카프, 넥타이, 휴대폰 케이스, 다용도 클리너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준비돼 있다. 특히 패브릭 제품은 작품의 색채와 추상적 패턴을 그대로 옮겨와 관람객이 가장 손쉽게 예술을 체감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꼽힌다. 미술관 로비 한쪽에 놓인 상품 진열대는 작은 전시 공간처럼 꾸며져 있어 작품을 본 뒤 여운을 이어가며 기념품을 고르는 시간이 또 하나의 감상 과정이 되기도 한다.

/글=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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