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가 없다’로 본 취업난 실태] 김 부장, AI에 밀렸다…돌연 해고에 ‘멘붕’
박찬욱 감독 영화
소외되는 근로자들, 300인 이상 기업 41%
‘AI·자동화 시스템’ 도입, 10년 뒤 일자리 14% ‘뚝’
‘취업 문턱’ 왜 이리 높나…만수처럼 1년 넘게 도전
소외되는 근로자들, 300인 이상 기업 41%
‘AI·자동화 시스템’ 도입, 10년 뒤 일자리 14% ‘뚝’
‘취업 문턱’ 왜 이리 높나…만수처럼 1년 넘게 도전
![]() 만수가 취업 경쟁자에게 화분을 던져 살해하려는 장면 |
50대 중반에 명예퇴직을 한 윤모(59·광주시 북구 용봉동)씨는 추석 연휴 기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고 “남 일 같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씨는 2년간의 취업 준비 끝에 올해 초 식품 생산 공장에 들어갔다. 윤 씨는 “100세 시대 70대 중반까지는 일을 해야 하는데 재취업이 쉽지 않아 영화 속 주인공이 남일같지 않았다”며 “노후 준비가 가장 큰 걱정이라 정년 연장도 필요하고, 재취업할 수 있도록 일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가 추석 명절 기간, 누적 관객 230만 명을 넘어서고 영화제 최고 권위의 상인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는 등 흥행하고 있다.
영화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등을 이유로 장기 근속한 회사에서 해고당한 가장과 그 가족이 그리는 씁쓸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제지 회사에서 25년을 근무하다 돌연 해고 통보를 받은 주인공 만수(이병헌)가 1년 넘도록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서 고난을 겪는 모습은 광주·전남을 비롯,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심한 취업난과 겹쳐 보인다.
◇‘살인’에 이르는 영화 속 무한경쟁, 현실은 더 힘들어=영화 속에서 만수는 1년 넘도록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결국 취업 경쟁자를 살해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단 1명을 뽑는 자리에 경쟁자 수십명이 몰리니 극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은 어떤가. 만수처럼 1년 넘게 취업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청년층의 졸업 후 첫 일자리까지 걸리는 평균 취업 준비 기간은 11.3개월이다.
최종 학력이 고졸 이하인 경우 더 길어져 평균 1년 4~5개월이 걸린다. 이마저 경기 침체로 고용 자체가 줄면서 재취업자들이 대기업 등 양질의 직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은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이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정규직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 기업은 64.6%로, 2021년 75.4%, 2022년 68.3%, 2023년 68.2% 등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채용 규모가 한 자릿수 채용(0명)이 45.0%로 전년(33.3%) 대비 11.7%p 급증했으며, 두자릿수·세자릿수 채용은 각각 4.5%p, 7.1%p 감소했다.
영화 주인공처럼 비슷한 직종의 경력직 재취업도 쉽지 않다. 주인공인 만수는 관련 직종의 재취업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쉽지 않았다.
재취업을 위해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직장인들이 2만 4031명(2023년 기준)에 달했다. 또 국가자격증을 취득해 재취업에 성공한 평균 비율도 41.1%에 머물렀다.
이러다보니 같은 직종에 재취업하지 못한 이들은 영화 속 인물 고시조(차승원)처럼 서비스업, 판매업 등으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전공을 살리고 업무 질까지 따져 가며 취업을 할 수 있는 확률은 ‘바늘 구멍’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국 55~79세 고령층 경제활동인구는 최근 1010만명을 넘어섰다. 비슷한 재취업 경력자들과의 경쟁도 버거운데 현실에서는 청년층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되면서 취업 경쟁은 더 심화되는 상황이다.
◇기술 발전, 지역 쇠퇴로 소외되는 근로자들=영화 속 주인공 만수의 사례처럼 AI 자동화 도입으로 근로자들이 실업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된 지 오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300인 이상 기업의 41%가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고, 5년 내 확산률은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인공 지능(AI)이 산업 현장에 도입될 경우 10년 뒤에는 일자리가 약 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호남권(광주·전남·북)은 지난 상반기 전국에서 유일하게 취업 등 고용지표가 악화된 지역으로 꼽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중 경제 동향 모니터링 결과’와 ‘지역경제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광주와 전남, 전북 등 호남권 월 평균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만 5000명이나 감소해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감소폭이 1만명이나 확대됐다.
◇여전히 높은 취업문=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8월 광주·전남 고용동향’에 따르면 광주의 8월 고용률은 61.7%이며 취업자 수는 78만7000명, 실업자는 1만 8000명으로 실업률은 2.2%를 기록했다. 15~64세 고용률은 64.9%로 1.1%p 떨어졌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 취업률은 증가하는 반면 청·장년의 취업은 막막한 실정이다.
반면 사회 초년생인 15~29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1.9%에 불과했고, 30대도 18.4%에 그쳤다.
전남 지역은 고용 여건이 더욱 악화되는 추세다. 취업자 수는 100만4000명으로 전년 동원 대비 8000명 감소했고, 고용률도 66.0%로 전년 대비 0.6%p 하락했다. 실업률은 2.1%로 1년 전보다 0.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35.8%로 전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윤씨는 2년간의 취업 준비 끝에 올해 초 식품 생산 공장에 들어갔다. 윤 씨는 “100세 시대 70대 중반까지는 일을 해야 하는데 재취업이 쉽지 않아 영화 속 주인공이 남일같지 않았다”며 “노후 준비가 가장 큰 걱정이라 정년 연장도 필요하고, 재취업할 수 있도록 일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등을 이유로 장기 근속한 회사에서 해고당한 가장과 그 가족이 그리는 씁쓸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제지 회사에서 25년을 근무하다 돌연 해고 통보를 받은 주인공 만수(이병헌)가 1년 넘도록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서 고난을 겪는 모습은 광주·전남을 비롯,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심한 취업난과 겹쳐 보인다.
현실은 어떤가. 만수처럼 1년 넘게 취업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청년층의 졸업 후 첫 일자리까지 걸리는 평균 취업 준비 기간은 11.3개월이다.
최종 학력이 고졸 이하인 경우 더 길어져 평균 1년 4~5개월이 걸린다. 이마저 경기 침체로 고용 자체가 줄면서 재취업자들이 대기업 등 양질의 직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은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이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정규직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 기업은 64.6%로, 2021년 75.4%, 2022년 68.3%, 2023년 68.2% 등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채용 규모가 한 자릿수 채용(0명)이 45.0%로 전년(33.3%) 대비 11.7%p 급증했으며, 두자릿수·세자릿수 채용은 각각 4.5%p, 7.1%p 감소했다.
영화 주인공처럼 비슷한 직종의 경력직 재취업도 쉽지 않다. 주인공인 만수는 관련 직종의 재취업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쉽지 않았다.
재취업을 위해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직장인들이 2만 4031명(2023년 기준)에 달했다. 또 국가자격증을 취득해 재취업에 성공한 평균 비율도 41.1%에 머물렀다.
이러다보니 같은 직종에 재취업하지 못한 이들은 영화 속 인물 고시조(차승원)처럼 서비스업, 판매업 등으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전공을 살리고 업무 질까지 따져 가며 취업을 할 수 있는 확률은 ‘바늘 구멍’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국 55~79세 고령층 경제활동인구는 최근 1010만명을 넘어섰다. 비슷한 재취업 경력자들과의 경쟁도 버거운데 현실에서는 청년층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되면서 취업 경쟁은 더 심화되는 상황이다.
![]() 만수의 취업 경쟁자들의 이력서 |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300인 이상 기업의 41%가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고, 5년 내 확산률은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인공 지능(AI)이 산업 현장에 도입될 경우 10년 뒤에는 일자리가 약 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호남권(광주·전남·북)은 지난 상반기 전국에서 유일하게 취업 등 고용지표가 악화된 지역으로 꼽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중 경제 동향 모니터링 결과’와 ‘지역경제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광주와 전남, 전북 등 호남권 월 평균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만 5000명이나 감소해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감소폭이 1만명이나 확대됐다.
![]() 살해하려던 경쟁자와 맞닥뜨린 만수. |
특히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 취업률은 증가하는 반면 청·장년의 취업은 막막한 실정이다.
반면 사회 초년생인 15~29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1.9%에 불과했고, 30대도 18.4%에 그쳤다.
전남 지역은 고용 여건이 더욱 악화되는 추세다. 취업자 수는 100만4000명으로 전년 동원 대비 8000명 감소했고, 고용률도 66.0%로 전년 대비 0.6%p 하락했다. 실업률은 2.1%로 1년 전보다 0.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35.8%로 전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