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때 결혼 잔소리 그만”…가성비 웨딩 뜬다
치솟는 결혼비용에 ‘가성비 스몰·셀프·반반웨딩’ 인기
광주시청사 등 활용하면 예식비용 절반 이하로 뚝
2025년 10월 08일(수) 21:30
ChatGPT Image.
광주 남구에 거주하는 예비 신부 이여진(여·35)씨는 웨딩 업체를 거치지 않고 셀프 웨딩을 준비하고 있다. 스튜디오 촬영 대신 야외 스냅을 기획하고, 150만~180만원 수준인 기존 웨딩드레스를 대여하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에서 기성복을 골라 착장을 구성했다. 청첩장도 사진과 내용을 직접 준비해 맞춤 제작을 의뢰했다.

이씨는 “웨딩 스냅 콘셉트는 블랙 캐주얼 착장으로 직접 코디하고, 시안도 지인에게 촬영을 부탁했다”면서 “나만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있고, 예산도 상당 부분 절약되는 듯하다”고 만족해했다.

최근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셀프 웨딩’과 ‘반반 결혼’ 등 비용 부담이 적은 가성비 결혼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제4차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미혼 남녀는 지난해 3월 55.9%에서 올해 8월 62.6%로 늘었다. 결혼 의향이 있는 미혼 남녀는 61.0%에서 64.5%로 증가했다. 남성은 72.0%에서 72.9%로 여성은 48.2%에서 54.4%로 모두 증가 추세를 보였다.

결혼 의향이 있으나 여전히 미혼인 이유로는 ‘결혼 자금’이 큰 원인으로 꼽혔다.

청년들의 결혼 비용 부담 고민은 셀프 웨딩, 스몰웨딩, 반반 웨딩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결혼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낳고 있다.

셀프웨딩은 업체가 제공하는 스드메 및 예식장 패키지를 그대로 구매하지 않고 예식장 선정부터 웨딩 화보 촬영, 신혼여행 예약까지 부부가 직접 기획하고 선택하는 방식이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식장 대관료, 하객 식대 등 필수 항목의 비용이 무섭게 오르자 형식보다는 실속을 중시하는 가성비 결혼 문화가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반반웨딩’은 부부가 결혼에 드는 비용을 정확히 절반씩 지불하며 최대한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예비신혼부부들의 말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 7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결혼 서비스 비용은 평균 2101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예식 필수 코스인 스드메 패키지 가격은 광주가 346만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전남·북(343만원), 부산(334만원)도 300만 원을 웃돌았다.

스드메 패키지에 대한 예비부부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견적을 공개하지 않거나 계약 단계에서 추가 비용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는 사례 등이 반복되고 있다. 드레스 피팅비, 본식 스냅 촬영비, 인기 드레스로의 업그레이드 비용 등은 기본 구성에 포함되지 않아 최대 150만원 이상 추가되기도 한다는 게 예비 신부들의 하소연이다.

셀프웨딩을 택한 예비 신부들은 값비싼 웨딩드레스 대신 온라인 쇼핑몰 기성복이나 해외 직구를 활용하고,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되팔아 실지출을 줄이고 있다.

스마트폰 셀프 촬영에 익숙한 세대답게 전문 작가 대신 지인이나 삼각대를 활용한 야외 촬영도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튜디오 본식·스냅 촬영은 50만~200만 원이 들지만, 셀프 스냅은 10만 원 안팎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예비 신부 정가영(여·25)씨는 “스드메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는 본식 스냅이나 맞춤 예복까지 더하면 단계마다 비용이 늘어나 부담이 크다”며 “지인을 통해 야외 스냅을 찍고, 드레스는 온라인으로 구매했으며 부케도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셀프 웨딩 스냅 용품들의 거래액도 크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웨딩 스냅’ 키워드의 제품 거래액이 전년 대비 173% 증가했으며 ‘에이블리’에서는 ‘웨딩 구두’ 거래액이 전년 대비 806% 증가했다.

스드메 패키지 외에도 결혼 비용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은 예식장 대관료와 식대로, ‘스몰웨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결혼식 비용 중 식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3%에 달하며, 1인당 평균 식대는 약 5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예식장은 대부분 하객 최소 보증 인원 제도를 운영해 실제 참석 인원과 무관하게 일정 수 이상의 식대와 대관비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최소 보증 인원이 200명일 경우 하객이 120명만 와도 200명분을 내야 하는 구조다.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지인과 친척을 억지로 부르는 사례까지 생겨 예비부부의 부담이 크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광주시청사 등 공공시설과 야외 공간을 활용한 스몰웨딩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여수의 한 야외 예식장은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최소 보증 인원을 70명으로 낮춘 웨딩 상품을 내놓아 인기를 얻고 있다.

예식장 관계자는 “기존 예식장은 최소 200명 보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하객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적은 인원으로도 실속 있게 치르고 싶다는 예비부부들의 요구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도 스몰웨딩 지원에 적극적이다. 광주시는 시청 야외 공간과 실내 공간을 결혼식장으로 개방해 실외 공간은 하루 1만원, 실내 공간은 시간당 1만원에 대여하고 있다.

광주시청에서 최초로 결혼식을 올린 이명노 광주시의원은 “하객이 1000명 가까이 왔는데, 보증 인원이 있는 일반 예식장에서 진행했다면 1인당 식대가 7만~10만원까지 올라갔을 것”이라며 “시청 결혼식으로 예식장 대여비를 줄이고, 1인당 3만~4만원짜리 출장 뷔페를 활용해 예식비용을 절반 이상 줄였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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