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첫승’ KIA 이도현 “실패도 좋은 경험…싸우는 법 배웠다”
2일 SSG전 5이닝 무실점…7-2 승리 기여
“체인지업 위주로 타자 이기는 것에 집중”
2025년 10월 03일(금) 12:00
KIA 이도현이 2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홈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공을 던지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차라리 잘 됐다”며 실패를 인정했던 KIA 우완 이도현이 상상했던 프로 첫승의 순간을 맞았다.

KIA 타이거즈가 2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7-2 승리를 거뒀다.

이날 선발로 나선 3년 차 이도현이 5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6경기만이자 선발로서 두 번째 등판에서 거둔 성과다.

휘문고 출신의 이도현은 고등학교 시설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프로 첫해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마운드에는 서지 못했지만 소문난 운동 능력과 성실함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도현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8경기에 나와 예열을 했다.

그리고 올 시즌 부상·부진이 겹친 마운드에서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그것도 선발이 프로 데뷔전에 나서는 이도현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7월 2일 SSG를 상대로 선발 등판을 했던 그는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5볼넷 1탈삼진 4실점의 성적을 받았다. 만족스러운 기록은 아니었지만 이도현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알고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고 자신의 데뷔전을 평가했다.

이후 1군 4경기에 나와 5이닝을 소화했던 그는 2일 다시 선발로 마운드에 섰다. 이미 ‘가을잔치’ 탈락이 결정된 KIA와 3위를 확정한 SSG, 순위 싸움과는 거리가 먼 경기였지만 내년 시즌을 위해 눈도장을 찍으려는 이들이 집중력 있는 승부를 펼쳤다.

이도현은 1회초 첫타자 박성한을 초구에 2루 땅볼로 잡은 뒤 최지훈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고명준의 내야 안타가 이어지면서 1사 1·3루, 류효승에게 볼넷까지 내주면서 베이스가 가득 찼지만 이도현이 현원회를 상대로 1루 땅볼을 유도했다. 홈으로 뿌려진 공이 다시 1루로 연결되면서 병살타와 함께 이도현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율예-김성욱-정준재를 상대한 2회는 삼자범퇴였다. 2회말에는 위즈덤과 나성범의 백투백 홈런이 나오면서 득점 지원도 받았다.

3회에도 김성현을 유격수 땅볼로 잡은 이도현은 박성한과 최지훈을 연달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고명준의 선두타자 안타로 시작한 4회, 이도현은 류효승과 이율예의 방망이를 헛돌게 하면서 탈삼진 2개를 더하면서 실점은 하지 않았다.

이도현은 5회에는 첫 타자 정준재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고, 김성현은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안상현에게 3루 내야 안타는 내줬지만 채현우를 2루 땅볼로 잡고 두 번째 선발 등판을 5이닝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69구로 효율적인 피칭을 한 이도현은 직구 최고 구속 145㎞(평균 142㎞)를 찍었다. 38개의 체인지업(127~135㎞)으로 승부한 그는 4개의 커브(122~123㎞)도 구사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한준수는 “어렵게 어렵게 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라고 했다. 그래야 타자들이 치고 아웃될 수 있고, 아웃카운트도 빨리빨리 교체된다. 바로바로 승부를 해줘야 타자들도 급할 수가 있다”며 “직구도 좋지만 스트라이크 잡을 수 있는 변화구 구종이 체인지업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첫승을 장식한 이도현은 “자기 전에 승리투수 돼서 물맞고 이런 거를 상상했었다. 그러다가 내 할 것 집중하자고 그랬는데, 진짜 막상 이렇게 되니까 실감이 안 나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정말 기분이 좋다”고 승리 소감을 말했다.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지만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승리다.

이도현은 “던지는 밸런스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타자를 이길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엔트리 재등록 뒤)LG전에서 결과가 많이 안 좋았었는데 그날 던지고 내려와서 개인적으로 화가 많이 났고, 이동걸 코치님께서도 타자와 싸워야 되는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훈련과 시합을 나눌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을 말씀해 주셨고, 그런 부분 집중해서 하니까 좋은 결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도현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직구 구위가 좋지 않았고 체인지업이 존에 잘 들어가서 체인지업 위주로 했다”며 “초반에는 이닝을 생각하면서 내가 어떻게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을 신경 쓰다 보니 안 좋은 부분이 많았다. 시즌이 지나고 경험을 하다 보니까 내가 해야 할 것, 타자와 싸워야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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