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AI ‘대도약’·조선·석유화학 ‘대전환’…전남의 미래 100년 키운다
전남도, 조선업·석유화학 등 경기침체·환경규제에 친환경·스마트 전환 속도
광양만권 이차전지 원료 생산기지·해남 솔라시도 추진 등 미래 먹거리 구축 노력
고흥 나로우주센터 이어 제2우주센터 건립…대한민국 ‘글로벌 우주항’ 도약 준비
화순 국내 유일 백신산업특구 지정…광주 AI의료기술 결합 ‘K-바이오’ 중심지로
2025년 10월 01일(수) 18:45
화순 첨단의료복합단지 조감도.
전남도가 산업 지도를 새롭게 그려 나가는 작업에 착수했다. 조선·석유화학 등 전통 기간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대전환’과 이차전지·우주항공·AI·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를 키우는 ‘대도약’을 동시에 추진해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겠다는 복안이다. 새 정부의 ‘산업 초격차·글로벌 밸류체인 강화’ 기조와 함께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전남의 미래 100년을 향한 여정이 본격화됐다.

광양 이차전지 산업단지.
◇위기에서 기회로, 주력산업의 대변신= 전남 조선업은 대불산단을 중심으로 대형·중형·소형 조선소와 기자재 기업이 집적된 국내 유일의 클러스터를 자랑한다. HD현대삼호와 대한조선이 높은 영업 이익률로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IMO 환경 규제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이에 전남도는 ‘친환경’과 ‘스마트’를 키워드로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낸다. 목포 남항 일대에 156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선박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친환경선박용 극저온 단열시스템 기반구축(150억원)’, ‘전기추진시스템 육상 시험평가 기술(82억원)’ 등 핵심 국비 사업을 통해 ‘R&D-실증-사업화’, 이른바 원스톱 체계를 완성한다.

여기에 더해 목포·영암·해남을 아우르는 ‘AI 자율운영 조선소 혁신거점’ 구축으로 생산 공정의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꿈꾼다. AI 전용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등 스마트 야드 인프라를 조성하고, 공정별 자율제조 기술을 개발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오는 12월 목포 해경정비창이 문을 열면, 함정 MRO(정비·수리·개조)라는 새로운 성장동력까지 확보하게 된다.

여수 석유화학산업은 전년과 견줘 지난해 수출액은 8조 4000억원, 생산액은 11조 6000억원이 급감하는 등 산업 대전환이 더욱 절박하다. 전남도는 위기 극복을 위해 2조 6628억원 규모의 ‘대전환 메가 프로젝트’로 정면 돌파에 나선다. 여수·광양 국가산단을 ▲수소환원제철 도입(철강) ▲NCC 설비 20~30% 감축 및 바이오 원료 전환(석유화학)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클러스터 조성 ▲AI 전환(AX) 실증단지를 통한 스마트팩토리 확산 등 친환경·고부가가치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는 거대 계획이다. 여수시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돼 정부 지원의 길을 연 데 이어, ‘국가기간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법’ 제정까지 추진하며 위기 극복을 넘어 탄소중립 시대의 산업 표준을 전남이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발사되는 모습.
◇미래 공급망의 심장, 이차전지·AI=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이차전지와 AI 분야에서 전남은 국가 공급망의 핵심 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광양만권은 포스코 그룹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15조 원의 투자가 이뤄지는 국내 최대 이차전지 원료소재 생산기지다. 전남의 강점은 타 시도가 집중하는 양극재·셀 생산이 아닌, 국가 공급망의 공백인 ‘원료소재’에 있다. 광양항이라는 물류 허브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테스트베드, 전주기 탄소중립 환경관리센터 등 독보적인 인프라까지 갖췄다.

전남도는 이미 지정된 기회발전특구를 발판 삼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1.2조원)’와 ‘소부장 특화단지(5000억원)’ 추가 지정을 이끌어내, 원료-소재-셀-재활용으로 이어지는 K-배터리 전주기 밸류체인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의 ‘최후방 기지’를 구축하는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AI 시대의 심장은 데이터센터다. 전남은 해상풍력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입지 조건을 무기로 글로벌 빅테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해남 솔라시도에 추진 중인 15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는 1단계(2025~2028, 7조원) 기반 인프라 구축, 2단계(2029~2030, 8조원)로 345kV 변전소와 ESS 시스템까지 갖추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재생에너지와 AI 기술이 융합된 ‘AI 에너지 미래도시’ 건설의 신호탄이다. 최근 정부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협력을 발표함에 따라 전남도는 이들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2월 미국을 순방 한 김영록 전남지사는 퍼힐스(FIR HILLS),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주), 해남군과 함께 ‘솔라시도 AI 슈퍼클러스터 허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우주와 하늘길을 열다, 항공·우주 전초기지= 우주와 하늘길도 전남에서 열린다. 대한민국 유일의 발사기지인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참여하는 우주산업 중심지로 진화하고 있다. 전남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은 2408억 원 규모의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체제’ 사업에 더해, ‘제2 우주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폭증하는 민간 발사 수요와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대응하고 ‘글로벌 우주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다. 1조 6000억원이 투입될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에는 민간발사장과 기술사업화센터가 들어서고,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사이언스 콤플렉스’가 더해지면 고흥은 발사체 연구·제작·시험·발사·운용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명실상부한 국가 우주경제의 심장이 될 전망이다.

하늘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380㎢)의 비행시험공역을 기반으로 차세대 항공 모빌리티(AAM) 생태계를 조성한다. 고흥에서는 이미 374억 원 규모 국토부의 ‘K-UAM(도심항공교통) 그랜드 챌린지’ 테스트베드가 운영 중이며, 미래비행체 상용화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한창이다. 우주 발사체와 미래 비행체가 함께 뜨고 내리는 곳, 우주와 항공 인프라를 동시에 보유한 국내 유일 지역이라는 강점을 극대화해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의 백 년을 책임지겠다는 포부다.

석유화학 기업이 밀집한 여수 국가산업단지 전경.
◇‘K-바이오’ 새 중심으로, 백신특구의 도약= 화순은 GC녹십자, 박셀바이오 등 30여 개 기업과 15개 연구·지원기관이 집적된 국내 유일의 백신산업특구다. 연구부터 임상, 생산까지 전주기 생태계를 갖춘 이곳은 지난해 6월,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며 날개를 달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국가 보건안보의 핵심 기지임을 증명한 화순 백신특구는 이제 ‘디지털바이오 스마트 임상지원 플랫폼(176억원)’, ‘천연물소재 전주기 표준화 허브(350억원)’ 등 굵직한 국비 사업을 통해 저변을 넓히며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한다.

전남의 목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광주의 AI·의료기기 인프라와 연계한 ‘호남권 첨단 바이오·헬스 복합단지’를 조성해 충북 오송, 대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 3대 바이오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화순을 ‘글로벌 백신·제약 거점’으로, 광주를 ‘디지털 의료기기 중심지’로 육성하는 초광역 클러스터 전략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저투자·고효율 모델로 평가받는다. 전남의 바이오의약품과 광주의 AI 의료기술이 결합하면, 서남권을 넘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김기홍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전남은 조선·철강의 뿌리 위에 이차전지, 우주항공, AI,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을 더해 국가 산업 대전환의 심장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새 정부의 미래산업 정책과 보조를 맞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청년이 돌아오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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