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감각, 경계를 잇다
‘포용’을 다양한 디자인에 구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세계·삶·모빌리티·미래…우리의 일상 바꾸는 디자인
‘문명의 이웃들’에 주목 ‘국제수묵비엔날레’
동아시아 예술을 동시대적 시선으로 재해석
세계·삶·모빌리티·미래…우리의 일상 바꾸는 디자인
‘문명의 이웃들’에 주목 ‘국제수묵비엔날레’
동아시아 예술을 동시대적 시선으로 재해석
![]() 디자인드 바이 현대, 마이크로 모빌리티 E3W, E4W |
어느 때보다 긴 추석명절 연휴다. 이번 연휴에는 다채로운 문화 현장을 찾아 문화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국제수묵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열리는 전시장을 찾아 수묵의 깊고도 은은한 향과 디자인이 발하는 세련된 ‘포용의 감각’을 느껴보자.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11월 2일까지 펼쳐지는 디자인비엔날레 주제는 ‘너라는 세계: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이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포용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 관련 전문가들은 디자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라마 가라오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가능한 가장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디자인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했다.
엘리스 로이는 “디자인이야말로 우리가 디자인해야 할 새로운 정상이다”고 했으며, 알리스테어 더긴은 “접근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는 것은 우리의 친구와 가족, 또한 미래의 나를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화두는 접근성, 포용 등 인클루시브에 수렴된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최수신의 전시 관점도 그와 같은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최 총감독은 “훌륭한 디자이너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전시실에서 만난 19개국 429명의 참여 작가 163점도 ‘포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 개별적인 나이면서 한편으로 누군가의 ‘너’인 우리가 디자인을 매개로 서로를 인식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4개의 주제관은 각각 ‘세계’, ‘삶’, ‘모빌리티’, ‘미래’라는 네 개 관점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전시 공간은 차이의 토대 위에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구현한다.
1전시관은 포용 디자인의 흐름, 그와 같은 디자인의 변화 양상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는다. 이탈리아 응용예술디자인대학 섬유패션 디자인학과 연구로 결실을 이룬 25벌의 오트쿠튀르 의상 ‘리버스 체인지’는 재활용 소재를 모티브로 변화, 회복을 전한다.
밀라노공과대학의 ‘부유하는 둥지’는 환경 위기가 초래한 해수면 상승과 맞물린 작품이다. 10개 수상 구조물로 표현된 ‘지식의 도서관’ 개념이며 베네치아, 이스탄불 등 각기 다른 지리와 문화적 관점에서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디자인은 결국 우리의 삶과 결부된다. 2부 주제 ‘삶’은 개인부터 사회적 관계까지를 아우른다. “디자인 사고의 핵심 원리는 디자인하고자 하는 사람을 향한 공감”이라고 정의했던 도널드 노먼의 말을 상기시킨다.
놀공의 ‘포용도감: 포용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관람자가 포용의 개념을 탐색, 기록할 수 있게 돼 있다. 다름을 인정, 수용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엄중한 경고이자, 포용받지 못한 이들의 절규를 가늠할 수 있다.
‘일상을 잇는 도구들’은 토스 유니버셜 디자인팀의 시각장애인 5명의 인터뷰로 구성됐으며 장애들이 각자 필요에 따라 선택한 도구들을 볼 수 있다.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지닌 시각장애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3전시관 주제는 ‘모빌리티’로, 모빌리티의 본질을 보여주는 디자인들이 비치돼 있다. (주)하이코어가 구현한 ‘스마트 로봇체어 에브리고 HCI’는 이동 약자를 고려한 이동 보조기기다. 신체 조건, 좌석 높낮이 등을 두루 감안한 로봇체어다.
3전시관은 ‘광주 도시철도 포용디자인 프로젝트’를 토대로 한 결과물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태옥 매니저와 학생들이 광주송정역을 포용 디자인에 입각해 재구성했는데 휠체어 사용자를 염두한 층간 높이,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정보의 배치 등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색상 차이를 반영한 시스템, 체형을 고려한 쉼터 등은 포용디자인이 갖는 가치를 사유할 수 있게 한다.
4전시관은 미래를 향한다. 로보틱스, 인공지능, 자연, 웰빙 등 네 가지 키워드로 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을 주목한다. 팽민욱 작가의 ‘스시 2053’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초밥 작품이다. 기후 변화에 따라 인간이 환경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숙고하게 한다.
'국제수묵비엔날레'
오는 10월 31일까지 목포와 해남, 진도에서 펼쳐지는 올해 국제수묵비엔날레는 아시아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문명의 이웃들’이라는 주제는 다양한 문명이 만개하는 아시아를 토대로 한국과 세계를 잇는 문화 플랫폼에 방점을 두고 있다. 기존의 대륙 문명의 관점에서 벗어나 바다를 중심으로 교류하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던 지역 문명의 정체성과 변화 등을 폭넓은 시각으로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올해로 4회째 진행되는 수묵비엔날레는 ‘수묵’이라는 동아시아 예술 전통을 동시대적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국제 플랫폼이다.
윤재갑 총감독은 “오늘날 개최되는 비엔날레는 모두 200여 개가 있는데 대부분 서양 미술의 자장 안에서 펼쳐진다”며 “그 가운데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아시아적 가치 등을 구현하는 유일한 비엔날레”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국제수묵비엔날레아트센터가 건립된다면 비엔날레 전시관 뿐 아니라 복합문화전시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며 “연구를 비롯해 전시, 기획을 매개로 ‘K-아트’의 다양한 콘텐츠 창제작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시 콘셉트는 해남-진도-목포를 하나의 삼각 동선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뿌리의 재발견’(해남), ‘줄기의 생성 및 확장’(진도), ‘수묵의 세계화’(목포)를 상정하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복합적 교차를 염두한다.
먼저 해남은 수묵화의 전통과 조형성이 발현된 장소적 특성을 내재하는 곳이다. 고산윤선도 박물관에서는 공재 윤두서와 겸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윤두서의 자화상과 인물화는 기법적 차원을 넘어 자연과 인간을 사유하는 예술 언어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평이 따른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공재의 ‘세마도’가 최초로 원본이 공개된 바 있다. 작품은 해남 윤씨 종가 측이 작품의 보존과 안전한 전시 환경을 고려해 오는 12일까지만 일반에 공개되고 이후는 영인본을 전시할 예정이다.
땅끝 순례문학관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간을 볼 수 있다. 정약용, 김환기, 로랑 그라소, 펑웨이, 린타로 하시구치 등 작품이 출품됐다. 아울러 다도, 향도, 화도 등 예술의 감수성과 수묵 철학이 교섭하는 지점을 시각화했다.
운림산방이 자리한 진도 남도전통미술관에는 수묵의 추상성, 채색 기법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거장 5인의 작품이 비치돼 있다. 고암 이응노의 ‘군상’, 내고 박생광의 ‘무속 5’, 소정 황창배 의 ‘무제’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남천 송수남의 ‘여름나무’와 소정 황창배의 ‘무제’는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수묵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소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 서예의 흐름을 조명하는 전시도 가볼 만 하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손재형의 ‘탁본’ 외에도 검여 유희강, 철농 이기우, 학정 이돈흥, 목인 전종주 등의 독창적인 작품도 눈길을 끈다.
목포 실내체육관, 문예회관에는 20개국 63인 작품이 마련돼 있다. 실내체육관에서 만나는 일본 ‘팀랩’의 ‘Memory of Waves’는 자연현상을 알고리즘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이란의 문자로 구현된 파라스투 포로우하르의 ‘Written Room’은 행위로서의 예술이라는 철학과 맞닿는 지점이다. 작가는 억압된 기억, 권력의 기제 등을 특유의 시각과 기법으로 풀어냈다.
목포실내체육관의 작품들은 수묵의 제약을 역동적인 예술언어로 구현한 작품들의 장이다. 규모나 크기, 주제, 재료 등 면에서 수묵의 차원을 확장시킨다. 먹, 물, 종이라는 물성이 동시대 예술로 전이될 수 있는지 미학의 스펙트럼을 경험케 한다.
프셰미스와프 야시엘스키의 ‘remember(me)’는 투명한 패널 사이를 검은 액체가 지나는 동안 드로잉이 완성됐다 사라지는 마법의 효과를 선보인다. 마리안토의 ‘메라피산을 다스리는 자’는 현대사에서 아시아의 비극을 비판적 표현 양식으로 구현해 의미를 숙고하게 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 황창배 작 ‘무제’ |
![]() 영국왕립예술학교 Minwook Paeng ‘스시’ |
세계적인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 관련 전문가들은 디자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라마 가라오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가능한 가장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디자인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했다.
엘리스 로이는 “디자인이야말로 우리가 디자인해야 할 새로운 정상이다”고 했으며, 알리스테어 더긴은 “접근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는 것은 우리의 친구와 가족, 또한 미래의 나를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전시실에서 만난 19개국 429명의 참여 작가 163점도 ‘포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 개별적인 나이면서 한편으로 누군가의 ‘너’인 우리가 디자인을 매개로 서로를 인식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4개의 주제관은 각각 ‘세계’, ‘삶’, ‘모빌리티’, ‘미래’라는 네 개 관점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전시 공간은 차이의 토대 위에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구현한다.
1전시관은 포용 디자인의 흐름, 그와 같은 디자인의 변화 양상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는다. 이탈리아 응용예술디자인대학 섬유패션 디자인학과 연구로 결실을 이룬 25벌의 오트쿠튀르 의상 ‘리버스 체인지’는 재활용 소재를 모티브로 변화, 회복을 전한다.
밀라노공과대학의 ‘부유하는 둥지’는 환경 위기가 초래한 해수면 상승과 맞물린 작품이다. 10개 수상 구조물로 표현된 ‘지식의 도서관’ 개념이며 베네치아, 이스탄불 등 각기 다른 지리와 문화적 관점에서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디자인은 결국 우리의 삶과 결부된다. 2부 주제 ‘삶’은 개인부터 사회적 관계까지를 아우른다. “디자인 사고의 핵심 원리는 디자인하고자 하는 사람을 향한 공감”이라고 정의했던 도널드 노먼의 말을 상기시킨다.
놀공의 ‘포용도감: 포용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관람자가 포용의 개념을 탐색, 기록할 수 있게 돼 있다. 다름을 인정, 수용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엄중한 경고이자, 포용받지 못한 이들의 절규를 가늠할 수 있다.
‘일상을 잇는 도구들’은 토스 유니버셜 디자인팀의 시각장애인 5명의 인터뷰로 구성됐으며 장애들이 각자 필요에 따라 선택한 도구들을 볼 수 있다.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지닌 시각장애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3전시관 주제는 ‘모빌리티’로, 모빌리티의 본질을 보여주는 디자인들이 비치돼 있다. (주)하이코어가 구현한 ‘스마트 로봇체어 에브리고 HCI’는 이동 약자를 고려한 이동 보조기기다. 신체 조건, 좌석 높낮이 등을 두루 감안한 로봇체어다.
3전시관은 ‘광주 도시철도 포용디자인 프로젝트’를 토대로 한 결과물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태옥 매니저와 학생들이 광주송정역을 포용 디자인에 입각해 재구성했는데 휠체어 사용자를 염두한 층간 높이,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정보의 배치 등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색상 차이를 반영한 시스템, 체형을 고려한 쉼터 등은 포용디자인이 갖는 가치를 사유할 수 있게 한다.
4전시관은 미래를 향한다. 로보틱스, 인공지능, 자연, 웰빙 등 네 가지 키워드로 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을 주목한다. 팽민욱 작가의 ‘스시 2053’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초밥 작품이다. 기후 변화에 따라 인간이 환경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숙고하게 한다.
![]() 마리안토 작 ‘The Sovereign of Mount Merapi’ |
![]() 한영섭 작 ‘관계’ |
![]() 최태옥 매니저와 학생들 작 ‘광주 도시철도 포용디자인 프로젝트’ |
오는 10월 31일까지 목포와 해남, 진도에서 펼쳐지는 올해 국제수묵비엔날레는 아시아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문명의 이웃들’이라는 주제는 다양한 문명이 만개하는 아시아를 토대로 한국과 세계를 잇는 문화 플랫폼에 방점을 두고 있다. 기존의 대륙 문명의 관점에서 벗어나 바다를 중심으로 교류하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던 지역 문명의 정체성과 변화 등을 폭넓은 시각으로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올해로 4회째 진행되는 수묵비엔날레는 ‘수묵’이라는 동아시아 예술 전통을 동시대적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국제 플랫폼이다.
윤재갑 총감독은 “오늘날 개최되는 비엔날레는 모두 200여 개가 있는데 대부분 서양 미술의 자장 안에서 펼쳐진다”며 “그 가운데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아시아적 가치 등을 구현하는 유일한 비엔날레”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국제수묵비엔날레아트센터가 건립된다면 비엔날레 전시관 뿐 아니라 복합문화전시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며 “연구를 비롯해 전시, 기획을 매개로 ‘K-아트’의 다양한 콘텐츠 창제작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시 콘셉트는 해남-진도-목포를 하나의 삼각 동선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뿌리의 재발견’(해남), ‘줄기의 생성 및 확장’(진도), ‘수묵의 세계화’(목포)를 상정하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복합적 교차를 염두한다.
먼저 해남은 수묵화의 전통과 조형성이 발현된 장소적 특성을 내재하는 곳이다. 고산윤선도 박물관에서는 공재 윤두서와 겸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윤두서의 자화상과 인물화는 기법적 차원을 넘어 자연과 인간을 사유하는 예술 언어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평이 따른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공재의 ‘세마도’가 최초로 원본이 공개된 바 있다. 작품은 해남 윤씨 종가 측이 작품의 보존과 안전한 전시 환경을 고려해 오는 12일까지만 일반에 공개되고 이후는 영인본을 전시할 예정이다.
땅끝 순례문학관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간을 볼 수 있다. 정약용, 김환기, 로랑 그라소, 펑웨이, 린타로 하시구치 등 작품이 출품됐다. 아울러 다도, 향도, 화도 등 예술의 감수성과 수묵 철학이 교섭하는 지점을 시각화했다.
운림산방이 자리한 진도 남도전통미술관에는 수묵의 추상성, 채색 기법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거장 5인의 작품이 비치돼 있다. 고암 이응노의 ‘군상’, 내고 박생광의 ‘무속 5’, 소정 황창배 의 ‘무제’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남천 송수남의 ‘여름나무’와 소정 황창배의 ‘무제’는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수묵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소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 서예의 흐름을 조명하는 전시도 가볼 만 하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손재형의 ‘탁본’ 외에도 검여 유희강, 철농 이기우, 학정 이돈흥, 목인 전종주 등의 독창적인 작품도 눈길을 끈다.
목포 실내체육관, 문예회관에는 20개국 63인 작품이 마련돼 있다. 실내체육관에서 만나는 일본 ‘팀랩’의 ‘Memory of Waves’는 자연현상을 알고리즘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이란의 문자로 구현된 파라스투 포로우하르의 ‘Written Room’은 행위로서의 예술이라는 철학과 맞닿는 지점이다. 작가는 억압된 기억, 권력의 기제 등을 특유의 시각과 기법으로 풀어냈다.
목포실내체육관의 작품들은 수묵의 제약을 역동적인 예술언어로 구현한 작품들의 장이다. 규모나 크기, 주제, 재료 등 면에서 수묵의 차원을 확장시킨다. 먹, 물, 종이라는 물성이 동시대 예술로 전이될 수 있는지 미학의 스펙트럼을 경험케 한다.
프셰미스와프 야시엘스키의 ‘remember(me)’는 투명한 패널 사이를 검은 액체가 지나는 동안 드로잉이 완성됐다 사라지는 마법의 효과를 선보인다. 마리안토의 ‘메라피산을 다스리는 자’는 현대사에서 아시아의 비극을 비판적 표현 양식으로 구현해 의미를 숙고하게 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