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협상의 승부수, ‘MASGA’의 성패 - 한국환 경영학 박사
2025년 10월 01일(수) 00:20
올해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제안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핵심 카드로 부상했다. 침체된 조선업을 되살리려는 미국과 세계적 조선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총 3500억 달러(약 4900조 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는 관세 인하(25%→15%)와 직결될 수 있어 향후 한·미 통상 외교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MASGA’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 것으로 이번 협상에서 ‘비장의 카드’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미 조선업 협력의 필요성이 크게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선박 기술(LNG, 암모니아·메탄올), 고부가가치 선박 경쟁력, 스마트십·디지털 기술(AI·IoT 기반), 품질·안전성 관리 능력 등에서 국제적 인증을 받으며 시장을 선도해 왔다. 또한 납기 준수, 사후 서비스, ESG 경쟁력까지 갖춘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최상의 ‘협력 파트너’로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조선업 재건을 강조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제안에 적극 호응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MASGA’는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한·미 조선업 협력의 전략적 필요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걸림돌도 많다. 양국의 투자 구조와 수익 배분, 농산물 시장 개방, 인력·비자 문제 등에서 이해가 엇갈린다. 올해 한국이 약속한 총 3500억 달러 투자 중 1500억 달러가 미국 조선업에, 2000억 달러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분야에 투입된다. 그러나 농축산물 개방, 에너지 구매, 국방비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등은 여전히 협상 중이지만, 투자 규모 자체도 우리 외환보유액(8월 말 4162억 달러)의 84%에 달해 외환에 너무 큰 부담이다.

즉 3500억 달러 투자가 일시에 이뤄지면 외환위기(IMF 사태와 유사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를 ‘현금 투자’로 선불로 즉시 이행하라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서 협상 타결이 쉽지 않아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실 한국은 관세협상이 끝난 일본보다 GDP(한국의 약 2.5배), 외환보유고(한국의 약 3배)에서 훨씬 적고 기축통화국도 아니다. 그래서 투자 여력이 제한적이며 미국의 압력에 더 고민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규모의 선불 투자는 국내 환율 급등과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예상돼 이 대통령은 바로 서명하지 않고 미국에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심히 우려하는 대목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인력 비자 문제다. 이민 단속으로 한국인 근로자들이 구금되면서 현지 투자 환경에 대한 회의론이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으며 전문 인력 비자 발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투자국 기업은 현지에서 필요한 기술·관리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미국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win-win 구조로 만들어가는 것이 순리다.

10월 31일~11월 1일 경주에서 제32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골든타임 찬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더욱이 미·중 정상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모두 참석하는 이번 회의는 한국 외교가 실리와 균형의 양 측면에서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다. ‘MASGA’ 프로젝트가 한·미 협상의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부담이 될지는 우리 정부의 외교력과 전략적 선택에 달려있다.

이번 경주 APEC 회의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어내느냐, 아니면 미·중 갈등의 변방에 머무느냐를 가르는 전환점이다. 결국 ‘MASGA’ 제안의 성패는 관세 협상을 넘어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의 협력과 상호 신뢰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결국 한국이 얼마나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에 우리 미래가 걸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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