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젖줄’ 영산강, 역사와 예술로 흐르다
10월 8일~12일 영산강정원 일원
창작 뮤지컬 ‘왕후, 장화’·향토 문화유산 ‘동강봉추들노래’ 공연
‘천연염색 패션쇼’·최태성과 함께하는 역사 토크&퀴즈쇼 등 진행
2025년 09월 28일(일) 20:10
‘2025 나주영산강축제’가 오는 10월 8~12일 영산강정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지난해 축제에서 진행된 ‘동강봉추들노래’ 시연 모습. <나주시 제공>
지난해 천연염색 패션쇼의 모습. <나주시 제공>


호남의 젖줄 영산강. 담양 병풍산에서 발원해 광주와 나주, 영암을 거쳐 목포 앞바다로 흘러드는 남도의 큰 물길이다. 150㎞에 이르는 유로와 전남 면적의 3분의 1에 달하는 유역을 품으며 오랜 세월 남도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온 젖줄이자 희로애락이 스며든 터전이었다. 특히 중류에 자리한 비옥한 나주평야는 우리나라 대표 곡창으로 자리매김하며 민초들의 일상을 책임져왔다.

자연의 숨결과 역사를 품은 영산강이 예술과 문화로 다시 흐른다. ‘2025 나주영산강축제’가 오는 10월 8일부터 12일까지 영산강정원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의 막을 여는 주제공연은 8일 오후 6시 30분 영산강정원 주무대에서 펼쳐지는 창작 뮤지컬 ‘왕후, 장화’다. 고려 태조 왕건의 두 번째 왕비이자 제2대 왕 혜종의 어머니인 장화왕후 오 씨의 삶을 무대 위로 불러낸 작품으로, 나주가 지닌 역사적 상징을 현대 공연예술로 재해석했다.

전승에 따르면 왕건이 후고구려의 장군으로 금성(나주)에 이르렀을 때 장화왕후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갈증을 달래려던 왕건이 우물가의 아가씨에게 물을 청하자, 그녀는 바가지에 물을 담아 버드나무 잎을 띄워 건넸다. 까닭을 묻는 왕건에게 아가씨는 “목이 마르다고 물을 급히 마시면 체하는 법”이라 답했고 그 지혜로움에 감탄한 왕건은 곧 혼인을 청했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장화왕후의 삶과 나주의 역사성을 토대로 전통적 서사에 현대적 상상력을 더해 재창조됐다. 장화왕후의 삶은 고려 건국사의 한 축을 이루면서도 여성 주체의 서사로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돼 왔는데, 이번 무대는 그 공백을 채우며 나주의 정체성을 예술로 응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무대에는 뮤지컬 배우 이충주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루나가 출연한다. 대형 공연 경험이 풍부한 연출진이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마당놀이 형식을 접목해 관객과 호흡하는 친근한 무대로 꾸몄다. 탁 트인 영산강변 야외무대에서 강과 하늘, 정원이 어우러진 풍광 속에 펼쳐지는 공연은 역사와 자연, 예술이 교차하는 독특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명성 축제 총감독은 “뮤지컬 ‘왕후, 장화’는 이번 축제의 상징적 무대이자 대표 콘텐츠로 나주와 영산강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히 되살리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나주의 깊은 이야기와 감동을 무대를 통해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에 이어 전통과 현대를 잇는 프로그램들이 축제의 흥을 더한다. 9일 오후 1시에는 농경사회의 공동체 정신을 담은 향토 문화유산 ‘동강봉추들노래’ 공연이 열린다. 오랜 세월 나주 사람들의 삶을 북돋운 들노래로 풍물패 길놀이와 함께 100여 명이 참여해 시민과 관객이 어우러지는 한마당을 펼친다. 단순한 공연을 넘어 전통문화의 생명력을 체험하고 전승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같은 날 오후 5시 30분에는 ‘천연염색 패션쇼’가 열린다.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전통 쪽빛과 현대 패션을 결합한 무대를 선보인다. 거문고 연주자 이정주와 프랑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시몽은 패션과 음악이 만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한복의 전통미와 블루진의 실용성을 결합한 ‘K-블루’ 무대는 천연염색의 가능성을 세계 무대로 확장하는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한국사 강사 최태성과 함께하는 역사 토크&퀴즈쇼 ‘영산강 퀴즈 톡!’(10일 오후 2시, 영산강정원 주무대)을 비롯해 보드게임 체험존, 싱어롱쇼, 키즈 프로그램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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