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예금 못 찾고 등본 못 떼고…국민 일상 ‘마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여파…우체국·자치구 행정 서비스 ‘먹통’
복구까지 상당 시일 예상 ‘민원 대란’…추석 앞두고 물류 대란 우려
2025년 09월 28일(일) 19:55
접속이 불가한 인터넷 우체국 홈페이지.<인터넷 우체국 캡처 화면>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여파로 주말 동안 광주·전남의 우체국 입·출금, 행정 서비스 등이 먹통이 되면서 ‘민원 대란’ 우려를 낳고 있다.

추석 연휴를 3일여 앞두고 지역 곳곳에서 우체국 택배 물류 길이 막히고 은행 업무, 주민등록 업무, 민생회복소비쿠폰 신청 업무 등이 일제히 마비돼 처리되지 못한 민원 업무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월요일부터 우체국,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민원인이 몰려들어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오전 방문한 광주 풍암동우체국, 학동우체국, 충장로우체국, 화순우체국 등 지역 곳곳 우체국 365코너 문 앞에는 ‘우체국금융 장애 발생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안내문에는 각 우체국장 이름으로 “입금, 출금 및 이체, 자동현금입출금기(ATM) 등 모든 금융서비스가 중지된 상태다”, “동원 가능한 최대한의 자원을 활용해 우체국 금융서비스를 조속히 재개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등 내용이 적혔다.

ATM 기기는 작동하지 않았으며, 화면에는 “회선 연결 중이다. 빠른 시간 내에 복구 예정이오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이날 급히 돈을 인출·송금하려고 우체국 365코너를 찾은 시민들은 먹통이 된 기기를 한참 눌러보다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추석 성수품 마련을 위해 이날 오전 화순군 화순읍 우체국을 찾은 김영희(여·71)씨는 결국 돈을 뽑지 못하고 다른 은행을 찾아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뉴스를 통해 시스템이 작동이 안 되는 걸 알았다. 들어가 보니 우체국 폰 뱅킹이 접속이 안 되고 글씨도 안 나오더라. 그래도 출금은 가능할 줄 알고 왔다”며 “추석 용품도 마련하고 광주도 가봐야 해서 돈이 필요했는데 안되니 답답할 노릇이다. 왜 우체국만 안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자치구 행정업무에도 차질이 이어졌다.

풍암동 행정복지센터, 광주시 서구청 365민원봉사실, 서구 새마을금고 본점, 동구 광주은행 본점, 화순군 화순읍민원출장소 등 무인민원발급기들은 모두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원하는 서류 발급 메뉴를 눌러 보니 주민번호까지 누르는 데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후 ‘전산 지문을 전송받지 못했다’는 알림창이 뜨며 이내 먹통이 됐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지자체에서 사용하는 업무망인 새올행정·온나라시스템(전자문서) 접속은 인증서를 통한 로그인이 불가능하며 아이디 로그인만 가능한 상태다.

신규 차량 등록 업무 등에 쓰이는 자동차정보관리시스템부터 건축물 허가 접수 시스템, 지방세 및 지방세외수입 프로그램, 여권신청서비스 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민생회복소비쿠폰도 가족구성원 확인이 안 돼 일부 자치구에서 발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전자바우처 방식으로 운영되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업 등 자체지불형사업 등도 바우처 결제 등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기저귀 조제분유 지원사업 등 금융형 바우처사업을 통해 국민행복카드를 이용해온 주민들은 바우처가 아닌 일반 신용 결제로 전환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광주·전남소방본부 119 신고도 전화를 통한 음성 신고만 가능하며, 문자나 영상, 웹 등 다매체 신고가 불가능해졌다. 경찰은 국고금 수납 등을 관리하는 국가 재정 통합시스템 ‘디브레인’이 먹통이 돼 벌금, 범칙금 등을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경찰은 과태료·범칙금에 대한 납부 기간을 복구에 걸린 기간만큼 유예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28일부터 중단된 정부 전산시스템 647개 중 직접 화재 영향이 없는 551개를 순차적으로 재가동 및 복구하고 있다. 특히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우체국 금융, 우편 등 주요 정부서비스 장애부터 신속 복구할 방침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서버 시스템을 재가동하고 우편·금융·보험 등 모든 채널에서 서비스가 정상 작동하는지 테스트 중이다. 광주 지역 각 자치구는 신규 민원을 수기로 접수하고, 돌봄서비스의 경우 결제 절차를 건너뛰고 선 제공한 뒤 시스템 정상화 이후 소급 결제하는 안 등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복구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화재가 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내에 수많은 시스템이 복잡하게 몰려있는데다 화재 안전점검 등 과정까지 거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사태가 장기화될 시 추석 명절과 겹쳐 민원 대란에 이어 물류 대란까지 겹칠지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전산망 오류는 지난 26일 오후 8시 20분께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난 화재로 인해 발생했다. 정부 전산시스템 대규모 마비로 정부 서비스 중 모바일 신분증과 국민신문고 등 1등급 12개, 2등급 58개 시스템이 멈춰섰으며 행안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홈페이지와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24가 장애를 보이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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