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깡 업자 알선 ‘수상한’ 루이비통 매장
루이비통 광주 매장 직원이 3% 할인 가능하다며 고객에게 업자 연결
CCTV 사각지대서 비정상적인 거래 논란…백화점측 방지책 ‘골머리’
2025년 09월 28일(일) 19:25
#. 지난 7월 어머니의 환갑잔치 선물로 명품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광주 루이비통 여성매장을 찾은 A(여·35)씨는 매장 직원으로부터 솔깃한 제의를 받았다. 동생들과 함께 현금 400만원을 모아 광주의 모 백화점을 찾은 A씨는 마음에 든 가방이 있어 구매 의사를 밝혔는데,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루이비통 매장직원은 A씨에게 현금 지급 가능 여부를 묻더니, 상품권으로 구매하면 3% 안팎으로 할인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매장 자체 행사로 이해한 A씨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동의했고, 루이비통 매장직원은 곧바로 매장 내 전화를 이용해 남성 B씨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A씨는 “직원이 매장 바로 옆 출입구 쪽에서 기다리면 2~3분 내로 상품권 판매업자가 올 것이니 기다리라고 했다”면서 “얼떨결에 매장 바로 옆 유리 출입문 사이에서 한 남성과 만나 현금을 백화점 상품권으로 교환했는데, 이 남성이 ‘이곳은 CC-TV사각지대이니 안심하라’고 해 순간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직원 안내로 400만원대 명품백을 10여만원 정도 싸게 살 수 있어 좋은 건 분명한데, 매장 옆 후미진 곳에서 상품권 거래를 했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찝찝한 기분”이라며 “세계적인 명품 업체가 상품권깡 업자까지 동원해 판매를 해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ouisvuitton)’ 광주 매장이 상품권깡 업자를 동원한 수상한 판매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루이비통 광주점은 매장 직원이 직접 3% 정도 할인 가능하다며 상품권깡 업자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비정상적인 구매 루트를 소비자에게 권유하고 있다. 상품권깡 업자들이 일반적으로 10만원짜리 상품권 거래를 통해 5%대의 이익을 남긴다는 점에서 최소 2% 이상의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28일 광주 루이비통 매장 이용객 A씨에 따르면 광주 모 백화점 1층 루이비통 매장에서 근무하는 일부 직원이 외부 브로커로 추정되는 상품권 판매업자, 이른바 ‘상품권깡 업자’와 고객을 직접 중개하고 있다.

업체측은 매장직원이 고가의 명품가방을 고객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지만, 굳이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 상품권 교환을 직접 제안한 것을 두고 카드깡 업자와 매장 직원 간 수상한 거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루이비통 사례처럼 세계적인 명품 매장의 직원이 직접 업자를 고객에게 연결해 주는 방식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되파는 상품권깡 업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온라인에선 1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이 9만3000원~ 9만5000원 선에 현금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거래가를 적용해 상품권깡 업자가 10만원권 상품권 400만원어치를 5% 할인된 380만원에 구입한 뒤 루이비통 매장 직원으로부터 소개받은 고객에게 3%할인된 388만원에 판매한다면 업자는 단 한 번의 거래만으로 8만원을 챙기게 된다.

백화점에서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는 한 매장 직원은 “상식적으로 외부 로드 매장도 아니고, 백화점 매장 직원이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도 없는데 카드깡 업자를 고객에게 소개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시장 질서 교란 등을 우려한 백화점측도 상품권을 되팔이하는 카드깡 업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불법적인 현장을 잡기가 어려운 탓에 완전 통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루이비통 등 백화점간 매장 유치 경쟁이 치열한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의 경우 외부의 접근이나 간섭을 철저히 차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데다, 백화점의 관리·통제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많은 탓에 매장 내 수상한 거래 등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백화점측의 하소연이다.

한편 광주일보는 상품권깡 업자와의 판매 방식 등에 대해 광주 루이비통 매장 측의 해명을 요청했으나 “공식적인 답변은 어려우며, 고객센터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59055100789960006
프린트 시간 : 2025년 09월 29일 00: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