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결심 -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2025년 09월 26일(금) 00:20
어느 직업을 가지고 있든 누구나 ‘퇴장’을 한다. 화려한 그라운드에서 팬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사는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도 아쉬운 퇴장 순간은 언젠가 오기 마련이다. 작별은 늘 아쉽고 섭섭하다. 하지만 이번 퇴장을 보는 감정은 남다르다.

KIA타이거즈의 우완 투수 홍원빈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많은 이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지도 모른다. 2019년 KIA의 1차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1군에서 단 2경기밖에 뛰지 못한 선수다.

195㎝의 큰 키, 시속 150㎞를 훌쩍 넘는 강속구로 주목 받았지만 제구가 약점이었다. 기대감으로 시작해 실망감으로 끝나던 시즌. 올 시즌 홍원빈은 7년을 기다린 데뷔전을 치렀다. 1차 지명 선수가 7년 차에 1군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홍원빈은 잠실 만원 관중 앞에서 오랜 시간 상상하던 순간을 보냈다. 실점은 했지만 그는 삼진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이닝을 마무리했다. 뜨거운 환호 속 홍원빈은 잠시 마운드에서 걸음을 멈추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얼굴로 관중석을 올려봤다.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감격스러워서 그 장면을 눈에 담기 위해서였다”며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던 홍원빈. 그가 돌연 은퇴를 결정했다. 25세의 젊은 선수이고 여전히 그는 KIA에서 가장 공이 빠른 선수다.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만류에도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다.

홍원빈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자비로 미국에 다녀왔다. 투구폼 등을 배운 그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었다. 은퇴 이유를 묻자 그는 “쌓이는 것을 하고 싶다”는 어려운 말을 했다. 홍원빈의 성실함은 누구나 인정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했고 더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원하던 만큼 결과를 내지 못했고, 화려했던 1군 마운드에서의 경험은 오히려 미련을 지우게 했다.

야구만 했던 청년이, 모든 순간을 그냥 보내지 않았던 선수가 또 다른 야구를 배우고 싶다면서 KBO를 떠나 미국으로 간다. 성장에 대한 갈구를 이야기한 그가 다른 이들과는 다른 퇴장을 한다.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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