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밀실 쪽지투표’ 광주시의원 10명 솜방망이 징계
광주시당 윤리심판원, 당원자격정지·제명 등 중징계 안해
내년 지방선거 출마 자격 유지…노골적 제식구 감싸기 논란 클 듯
2025년 09월 24일(수) 19:50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윤리심판원이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밀실 쪽지투표’ 논란의 중심에 선 시의원 10명을 솜방망이 처분했다.

당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애초 분위기와 동떨어진 결정이어서 또다른 논란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 따르면 지난 22일 제9차 윤리심판원 회의에서 정무창 시의원에게 당직자격정지 1년, 김나윤·이귀순 시의원에게 당직자격정지 6개월, 신수정 의장에게 당직자격정지 1개월을 결정했다.

나머지 강수훈·박미정·안평환·정다은·채은지 의원 5명에 대해서는 서면 경고했고, 서임석 의원은 기각결정을 받았다.

이번 징계 결과는 당원 자격정지나 제명 등 중징계를 피해 모든 의원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는 점에서 ‘노골적인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원자격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지방선거 민주당 공천이 불가능하다.

이번 논란은 지난 7월 22일 광주시의회 예결특위 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졌다. 예결위원 9명 중 7명이 민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무소속 심창욱 의원이 위원장, 국민의힘 김용임 의원이 부위원장으로 선출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선출 과정이었다. 의원들은 사무 담당자들을 모두 내보낸 뒤 30∼40분간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며 일명 ‘쪽지투표’를 실시했다. 이후 투표 결과를 함구한 채 ‘합의 추대’ 형식으로 발표하기로 합의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예결위원 9명 중 7명이 민주당이었음에도 무소속 위원장, 국민의힘 부위원장 체제가 만들어진 배경을 두고 ‘사전 담합’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조국혁신당 광주시당은 “민주당이 23석 중 21석의 압도적 다수당임에도 국힘 소속 의원을 핵심 자리에 선임한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오판”이라며 “내란에 맞서 싸운 촛불시민들의 정당한 분노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번 징계에서 정무창 의원은 ‘쪽지 투표’와 개표를 혼자 진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 대상 중 가장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정 의원은 투표 결과, 심창욱 의원이 선출됐다는 사실만 발표하고 득표수는 함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소속 심창욱 의원을 추천한 김나윤 의원과 국민의힘 김용임 의원을 추천한 이귀순 의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징계를 받았다.

신수정 의장은 당초 서임석 시의원을 4년차 예결위원장으로 추천하기로 당론이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정당 배려를 명목으로 무소속 심창욱 의원을 의장 몫으로 추천해 이 모든 사건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시의회 안팎에서 나왔다.

특히 심 의원이 2024년 음주운전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전력을 알고도 추천했음에도 징계 수위가 가장 낮게 결정됐다.

이처럼 이들에 대한 처분 수위가 예상보다 가벼워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생명을 보장해줬다는 점에서 징계는 시늉일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징계 단계는 제명→당원자격정지(최대 2년)→당직자격정지(최대 2년)→서면경고 순이다.

이번 결정에서 제명과 당원자격정지는 단 한 건도 없었고, 가장 무거운 것도 당직자격정지 1년에 그쳤다.

당직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4명 의원은 민주당 시의원으로서 당연직 상무위원 자격이 정지되지만,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어 실질 처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징계 사실은 공천 심사에서 ‘정성평가 요소’로 반영될 뿐이어서 실효가 없다는 점에서다.

시당은 징계처분을 받은 시의원들의 당직 여부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징계를 담당한 윤리심판원의 구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리심판원은 9인 체제로, 경징계는 출석 과반, 중징계는 재적 과반(최소 5명) 찬성이 필요하다. 시의회 고문 변호사가 이해충돌로 회피한 가운데, 나머지 8명 중 3명이 정치인 출신이어서 객관적 심판이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윤리심판원 구성과 이를 진행했던 광주시당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협의와 절차 준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민이 기대한 최소한의 책임 정치와는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부 징계 대상 의원들은 징계결정문 수령 후 재심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중앙당 차원의 재심이나 공천 과정에서 추가 페널티 여부가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태로 광주시의회의 도덕적 해이와 민주당 일당 체제의 부작용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7조원이 넘는 광주시 예산을 심의하는 핵심 기구의 구성 과정에서 벌어진 밀실 정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부터 시작된 잡음이 예결위 구성 논란, 윤리특위 재구성 과정 등으로 이어지며 제9대 의회 내내 도덕적 해이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재만 참여자치21 대표는 “예상했던 대로 나온 결과이며 제 식구 감싸기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제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당원 정지 정도는 나와야 사안의 엄중함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는데, 당직 정지 12개월은 사실상 징계라고 하기도 어렵다”면서 “스스로 해당 행위라고 규정해놓고도 당직 정지 수준에 그친 건 납득하기 어렵고 공천이나 정치 활동에 큰 제약이 없는 징계라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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