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호랑이 - 이보람 예향부 부장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등장하는 민화 ‘까치호랑이(작호도·鵲虎圖)’는 한국인의 해학과 풍자를 상징하는 대표적 민화 주제다. 호랑이는 본래 산신의 화신으로 잡귀를 물리치고 권위를 상징하지만 민화 속에서는 우스꽝스럽고 어리숙한 얼굴로 표현된다. 까치는 길한 소식을 전하는 상징으로 호랑이의 권위와는 대비된다. 과거 병풍이나 족자 형식으로 집안에 걸린 까치호랑이는 액운을 막아내고 복을 불러들이는 그림으로 서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세로 구도의 그림이 대부분인데 이는 아래쪽에 호랑이, 위쪽에 까치를 배치하는 전형적인 구도가 병풍 형식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흥행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호랑이가 화제가 되었다. 민화의 까치호랑이를 모티브로 한 듯한 캐릭터는 익살스러우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로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도 권위를 풍자하는 해학과 동시에 귀여움이 묻어나는 호랑이상이 글로벌 MZ세대의 정서와 맞아떨어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무겁고 위압적인 영웅보다 가볍고 유쾌한 캐릭터에 열광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국 민화 속 호랑이는 전혀 낯설지 않은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케데헌 호랑이가 통통하면서도 가로 구도로 표현되며 달리고 뛰는 역동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움직임이 강조되는 애니메이션 특성상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민화 전통에서 보기 힘들었던 가로 구도의 호랑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강진에 있는 한국민화뮤지엄의 가로형 까치호랑이가 새삼 주목받는다.
오슬기 관장은 “우리 호랑이는 다른 호랑이보다 통통하고 귀엽게 생겨 케데헌 호랑이랑 제일 비슷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 귀여움과 당당함을 담아 뮤지엄은 이 호랑이로 만든 굿즈에 ‘늠름호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계가 열광하는 까치호랑이에 우리도 다시 눈길을 돌려볼 때다. 한국민화뮤지엄이 소장한 가로형 까치호랑이를 직접 마주하며 전통 속에 숨은 해학과 창의성을 눈으로 확인해보면 어떨까.
/이보람 예향부 부장 boram@kwangju.co.kr
오슬기 관장은 “우리 호랑이는 다른 호랑이보다 통통하고 귀엽게 생겨 케데헌 호랑이랑 제일 비슷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 귀여움과 당당함을 담아 뮤지엄은 이 호랑이로 만든 굿즈에 ‘늠름호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계가 열광하는 까치호랑이에 우리도 다시 눈길을 돌려볼 때다. 한국민화뮤지엄이 소장한 가로형 까치호랑이를 직접 마주하며 전통 속에 숨은 해학과 창의성을 눈으로 확인해보면 어떨까.
/이보람 예향부 부장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