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없는 마을’ 최다 선정된 곡성군의 치욕
군수·군의원 등 잇단 비위 의혹에 성폭력 사건 은폐 시도 ‘시끌’
감사원 감사·경찰 수사 등 오명…군의원 7명 중 3명 수사·재판
지역민들 “군은 범죄 덮고 군의원은 견제 역할도 못한다” 한탄
2025년 09월 21일(일) 20:45
/클립아트코리아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국에서 ‘범죄 없는 청정 마을’로 최다 선정되는 등 청렴을 자랑하던 곡성이 ‘비리 마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군수, 군의원 등의 비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데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감싸기는커녕, 무시하고 묵살하고 끼리끼리 챙겨주고 덮어주는 그릇된 행태가 감사원 감사와 경찰 수사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어서다.

곡성군은 신입 공무원이 성폭행 피해를 당하고도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곡성군의회에서는 7명 군의원 중 3명이 비리 의혹으로 동시에 경찰 수사 내지는 재판을 받고 있다.

인구 수 2만 6566명(2024년 12월 기준)의 크지 않은 군에서 지인과 관련된 사건 은폐, 짬짜미, 사업 부당개입 등 지역 토착형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지역민들은 “군 차원에서 범죄를 덮느라 바쁘고 군의원은 견제 역할도 못한다”며 한탄하고 있다.

◇성폭력 사건 은폐 시도한 군=감사원은 유근기 전 곡성군수를 성폭력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곡성군에 통보했다고 21일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 19일 공개한 ‘곡성군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 전 군수는 곡성군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1년 2월 곡성군 공무직 A씨는 공무원 시보로 임용된 지 한 달도 되지 않는 신입 공무원 B씨를 식사 제공을 이유로 집으로 불러 성폭력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유 전 군수가 해당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A씨에 대한 징계나 고발을 요구·지시하지 않고 오히려 A씨의 사직서를 수리하도록 하면서 “소문나지 않게 조용히 처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군수와 A씨는 과거 교회를 같이 다녔던 친구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유 전 군수와 곡성군이 2차 피해 최소화 대책, 재발방지대책 등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결과 B씨가 2차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적시했다.

사건 이후 곡성군이 B씨를 원래 업무 부서로 복귀시키면서 B씨는 또 다른 공무직으로부터 폭언·갑질·성희롱을 당하고 A씨 부모로부터 합의를 종용받는 등 2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4년에는 곡성군 보건의료원 지소에서 또 다른 공무직 직원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 전 군수는 감사원의 보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의견진술서를 제출했다.

의견진술서에는 “피해자가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하자 이를 반영해 사직서를 수리하도록 지시한 것”이라며 “가해자를 징계로 파면할 경우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성 비위 사건이 외부에 알려져 2차 피해가 발생할 것이 자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가해자와는 직장에서 함께 근무하던 부하직원에 불과하며 친구관계가 아니다”고 했다.광주일보는 유 전 군수와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수사·재판 받는 군의원들=전남경찰청은 지난 17일 곡성군의회 C 의원이 건설사로부터 뒷돈을 받고 수해 복구사업 시공 업체를 임의 변경했다는 등 의혹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 곡성군청, 곡성군의회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C 의원을 정치자금 부정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C 의원은 지난 2022년 9월 곡성군이 발주한 수해복구 공사의 추가 시공 사업 등과 관련, 담당 공사감독관을 불러 시공 업체를 임의로 변경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곡성군의 한 식당에서 지역 건설사 대표로부터 정치 활동비 명목으로 현금 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또 곡성군의회 D 의원을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D 의원은 과거 자신이 운영하던 건설업체를 차명으로 돌린 뒤, 공직에 진출한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군 발주 공사 수주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는 D 의원이 공직에 진출한 뒤 명의만 다른 사람에게 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X(옛 트위터) 등 SNS에서는 “여성 공무원에게는 영화 곡성이 현실이었네”, “지역 끔찍하네” 등 반응이 잇따랐고 지역민들 사에서는 “행정을 견제해야 할 군의원들조차 지역 업자들과 카르텔을 이뤄 이권을 나눠먹는 데 혈안이니 지역이 온통 비리 복마전이 됐다”고 한탄했다.

조해석 곡성군농민회 회장은 “군 행정 수장뿐 아니라 군의회, 공무원들이 죄다 한통속으로 서로의 비리를 덮어주는 형국이라 한심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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