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안정화 역행하는 유통구조 덫
[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과일 채소 가격 절반이 유통 비용…농민 제값 받도록 해야
2025년 09월 21일(일) 19:20
/클립아트코리아
“1만원에 과일을 샀는데, 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겨우 5000원이라니…” 얼마 전 사회관계망(SNS)에서 화제가 된 글이다. 소비자는 치솟는 사과값에 허리가 휘고, 농민은 ‘금사과’라 하지만 막상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만큼이라는 현실이 서글퍼지게 하는 내용이다.

최근 이와 관련 문제의 원인을 복잡다단한 유통구조로 보고 ‘도매상이 부르는 게 값’이 되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통비용을 낮춰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더 싸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유통비용률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보고서를 보면,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2023년 기준 49.2%로 10년 전인 2013년(45.0%)보다 4.2%포인트 늘었다. 소비자가 1만원을 내고 농산물을 샀다면 4920원이 유통업체 몫으로 가는 셈이다. 유통비용률 상승폭은 20여년 전인 1999년(38.7%)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넘게 뛰었다. 다만 2023년 유통비용률은 전년보다는 0.5%포인트 낮아졌다.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해 생산자 수취가격 상승 폭이 소비자가격 상승 폭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aT는 분석했다.

유통비용은 품목마다 편차가 컸다. 쌀이 포함된 식량작물은 35.9%로 낮았으나 양파, 대파 등 조미채소류는 60.8%, 배추·무(엽근채소류)는 64.3%에 달했다. 과일류와 과채류, 축산물은 50% 안팎이었다. 세부 품목 중 월동무(78.1%), 양파(72.4%), 고구마(70.4%) 등의 품목은 70%를 웃돌았다. 농산물의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을수록 유통비용률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배추의 경우, 70%에 달하는 것도 있다. 실제 생산자가 가져가는 몫은 유통비용 수치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적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나섰다. 주무부서인 농식품부는 최근 농산물 가격 변동성의 심화를 극복하기 위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해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늘려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비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 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을 중개·경매하는 도매시장법인 간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경매 외에 예약 거래 방식을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구조 개편 방안도 보고했다. 도매시장법인의 중개수수료(거래금액의 7% 이하)를 낮추는 방안과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성화해 전체 농산물 유통의 50%를 담당토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진단부터 틀렸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급등락의 1차 원인은 유통이 아니라 수급 불균형이라며 문제 진단이 거꾸로 됐다는 비판이다. 가령 사과값 파동 같은 사례는 생산·재배면적·계약이행의 실패에서 비롯됐는데, 이번 대책은 온라인 전환과 거래방식 변경에만 방점이 찍혔다는 것이다.

예약형 거래 확대 측면에서도 난제가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예약형을 늘리려면 이행보증·보험·리스크 완충과 같은 안전장치와 중도매인 규모화·신용보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국민 가격 앱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높다. 정부가 만들고자 하는 ‘대국민 가격 앱’은 aT 등 기존 데이터와 중복 가능성이 커 효과를 내려면 단순 시세 나열이 아니라 실거래 연계·지역 체감가격·표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제 농산물 유통 구조가 문제가 있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마련됐다. 하지만 우리 농산물 시장 제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 땜질식으로 남발될 경우 결국 그 부담은 유통인뿐만 아니라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정교하고 설득력 있는 개선안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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