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 훼손은 반드시 재앙을 초래한다 - 이여성 전 광주전남병무청장
2025년 09월 17일(수) 00:00
예로부터 선지자들은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면 장차 재앙을 맞게 된다는 것을 예견했으리라. 그리하여 민간신앙 차원에서 고목, 큰 바위, 산신, 샘 등에 제사를 지내며 자연을 보호하게 하였다. 풍수지리 사상 또한 산과 물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생성되었으므로 이를 거스르지 않도록 도읍지, 마을 입지, 집터, 묫자리를 잡으며 산맥이나 물길을 훼손하지 않았다.

동양의 유교나 도교 사상은 천인합일(天人合一)과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하늘과 땅의 이치에 따라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정신문명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서양의 물질문명으로 일어난 산업혁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석탄, 석유, 목재 등 대규모 자원 채취가 가능해지면서 자연은 효율적으로 이용되어야 한다는 대상으로 변했다. 삶은 풍요롭고 편리해졌으나 이런 인식은 광범위한 자연 환경 파괴로 이어져오고 있다.

지구의 보호막이 되어주는 오존층이 파괴되어 지구온난화로 농작물 성장이 저해되고 폭염과 폭우로 각종 질병과 산사태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닷물이 담수화하며 식수자원이 감소하고 있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영상을 보면 인류가 막다른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듯 하여 미래가 참으로 끔찍하다.

2018년 스웨덴의 15세 어린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환경운동가로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경각심을 준 대표적인 인물이다.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연설 참석을 위해 비행기 대신 탄소 배출이 없는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감으로써 친환경적인 삶의 태도를 행동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기후변화 대처에 우수한 나라는 주로 북유럽 국가인 에스토니아, 룩셈부르크, 독일, 핀란드, 영국, 스웨덴 등인 반면 솔선수범해야 할 강대국들이 역행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과학에 회의적이고 경제를 중시하며 파리협약 등 국제협약을 탈퇴했다.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보다는 석유, 가스 등 탄소배출이 많은 화학연료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미래 세대를 어둡게 하고 있다.

필자의 팔십 평생에 금년처럼 장기간에 걸쳐 폭염과 폭우가 기승을 부린 때는 없었다. 대형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 광범위한 산림 소실, 아울러 농경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세계적으로도 기후변화와 이상고온으로 폭우, 홍수, 지진, 폭염이 크게 발생했다.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 증가로 대기 중 열이 축적되어 역대 최고 평균기온이 기록되었다. 특히 한반도와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강한 고기압이 폭염을 일으키고 있다. 폭염으로 수증기가 증가하여 해양 온도 상승이 폭우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수천 년 간 24절기에 따라 농사를 지어왔는데 폭염이 계속되어 처서에 김장용 채소도 심을 수 없으니 절기도 무의미하게 된 지 오래다. 이러한 사태와 앞으로도 일어날 불행한 자연재난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인간이 저지른 인과응보이다. 일시적으로 경제를 우선시하며 자기 나라의 부강과 안락만을 추구하는 각자도생을 지양해야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앞으로라도 미래세대가 불행과 파멸을 당하지 않도록 전 세계가 합심하여 자연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개발 사용함으로써 지구를 보전하는 노력을 줄기차게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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