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청년 빛나는 미래] 간호사·군인·대학생에서 소방관으로…광주 청년 3인의 도전기
(13)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각기 다른 길 끝에 선택한 공통의 직업…‘시민 곁의 소방관’
불확실한 시험 준비·현장 고됨에도 감사 한마디에 보람 찾아
2025년 09월 16일(화) 16:25
조성현(왼쪽부터)·김경민·김범민 소방사가 광주 북부소방서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봉사 정신’ 하나로 뭉친 소방관은 단순히 불을 끄는 직업이 아니다. 응급 환자나 화재 관련 민원, 벌집 제거와 같은 출동 등 시민 안전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광주 북부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조성현(30)·김범민(28)·김경민(28) 소방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지금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최일선에 서 있다.

2년 차인 조성현 소방사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조선대학교병원에서 간호사로 2년간 근무했다. 소방 구급대원은 2년 이상 병원 근무 경력이나 1급 응급의료사 자격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는 야간 근무와 공부를 병행했다고 한다. 하루 2~3시간 자고 운동까지 이어가며 1년을 버텨냈고 마침내 소방관의 꿈을 이뤘다.

김범민 소방사는 3년 차로 전형적인 공채 입사자다. 대학 전공(건축)이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어 하던 중 소방관인 친형의 권유로 도전했다. 그는 필기와 체력 시험을 동시에 준비하며 8개월간 공부에 매달렸다. 김 소방사는 “공무원 시험은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며 “떨어지면 자격증이 남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의 시간이 다 사라지는 것이어서 매일 불안감을 가지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3년 차인 김경민 소방사는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다 전역을 앞두고 소방공무원을 선택한 케이스다. 김 소방사는 “군대에서는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돕는 경험이 적었지만, 소방은 눈 앞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이직 동기를 밝혔다.

조성현 소방사.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세 사람은 소방시험 합격의 꿀팁을 묻는 질문에 최근 시험 트렌드가 달라졌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과거에는 필기 위주였다면 지금은 체력과 면접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조성현 소방사는 “소방공무원이 되려면 고루 잘해야 한다”며 “옛날에는 필기 점수가 높으면 체력 점수는 합격선만 걸쳐도 붙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실제로 필기와 체력에서 1등을 했던 지원자가 면접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범민 소방사는 “필기는 암기 위주라 꾸준히만 하면 된다. 길게 끌지 말고 ‘1년 안에 무조건 끝낸다’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경민 소방사는 “(공무원 시험 준비 과정은) 보장이 없는 길이지만 현실적인 고민보다 책임감 있게 버텨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범민 소방사.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세 사람은 각각 구급대원·경방(화재 진압 등)·구조대 업무를 맡고 있다.

구급대원 조성현 소방사는 “밤마다 주취자 신고가 들어와 새벽잠을 설친다”며 “주취자가 있는 현장에 가다 다른 곳에서 심정지 환자가 있다는 연락이 오면 응급처치가 늦어져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경방 업무를 맡은 김범민 소방사는 “대다수가 소방관을 ‘불 끄는 직업’으로 알고 있지만 소방 업무는 벌집 제거, 교통사고, 소화전 관리 등으로 광범위하다”며 “행정 업무까지 겹치면 스트레스가 크지만, 그래도 시민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을 때 힘이 난다”고 말했다.

구조대원 김경민 소방사는 “출동 과정에서 전화로 욕설을 듣거나 ‘도구’처럼 취급받을 때 피로감이 크다”면서도 “시민을 직접 구하는 순간의 뿌듯함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이들이 소방관을 택한 이유에는 공통적으로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보람’이 있었다.

조성현 소방사는 “간호사 때는 일정이 들쭉날쭉했지만 지금은 몇 달 치 근무가 고정돼 가족과 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 김범민 소방사는 “평일에 쉴 수 있어 병원, 동사무소, 은행 업무 등을 편하게 볼 수 있어 좋다”고 했고, 김경민 소방사는 “고생한 만큼 대우받고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김경민 소방사.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모두 광주 출신인 이들은 주변 친구들처럼 서울 등으로 떠나기보다 고향에 남는 것을 선택한 게 “가장 잘한 선택 같다”고 말했다.

우선 서울의 악명높은 집값과 치열한 경쟁 대신 익숙한 사람들과 살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들은 또 “젊은이라면 광주에도 기회는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방관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조성현 소방사는 “다른 공무원 직렬보다 공부해야 할 양이 적긴 하지만, 운동과 공부까지 병행하는 ‘꾸준함’이 합격의 열쇠”라고 했고, 김범민 소방사는 “긴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1~2년 내에 승부를 본다는 생각으로 독하게 마음 먹고 짧고 굵게 시험에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김경민 소방사는 “SNS나 영화를 보면 소방관이 영웅처럼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현장은 더럽기도, 냄새가 날 때도 있다”며 “겉으로 멋진 모습만 보지 말고 힘들고 거친 모습까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면 도전해도 좋다”고 조언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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