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가격 고공행진 이유 있었네…소비가의 ‘절반’은 유통비
aT KAMIS, 연도별 유통비용 집계…2023년 기준 평균 49.2%
배추·무 등 일부 신선식품 60∼70% 달해…“유통이윤 고무줄”
2025년 09월 14일(일) 17:15
/클립아트코리아
국내 농산물 소매가격의 절반 가량이 ‘유통비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선도가 중요한 품목일수록 유통비 비중이 높은 경향을 보였는데, 양파와 배추, 무 등 일부 신선식품은 유통비 비중이 70%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한국농수사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공시된 ‘국내유통실태’ 자료에 따르면 농산물 품목별 소비자 가격에서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평균 49.2%를 기록했다.

유통비용은 산지에서 농산물을 직접 생산한 농가의 수익을 제외한 비용으로, 2023년에 소비자가 농산물을 1만원 구매하면 유통업체가 4920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전체 소비자 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연도별로 aT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8년 39.8%, 2003년 43.7%, 2008년 44.5%, 2013년 45.0%, 2018년 46.7% 등이다.

신선도가 중요한 농산물을 중심으로 유통비 비중이 높았다. 품목별로 보면 배추와 무 등 엽근채소류(64.3%), 조미채소류(60.8%), 화훼류(53.3%), 과채류(51.0%), 축산물(50.1%) 등의 유통비 비중이 절반을 넘겼고, 과일류(48.1%), 쌀 등 식량작물(35.9%)의 유통비 비중이 비교적 낮았다.

특히 일부 저장·보관 등 유통 과정에서 신선도 보존이 중요한 품목의 경우 유통비 비중이 70% 이상에 달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월동무(78.1%), 양파(72.4%), 고구마(70.4%) 등이 가장 유통비 비중이 큰 품목으로 꼽혔고, 쌀(26.4%) 등은 낮았다.

유통비 비중이 높은 품목의 경우 수개월에 걸쳐 키운 농가 등 생산자들이 유통업체보다 적게 버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상품의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점과 국내 유통 구조가 경매 중심이라는 점 등이 맞물려 생산자 소득을 낮추고 유통비 비중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소비자 가격에서 유통비 비중이 높은 주요 원인으로 유통업체의 이윤 확대도 지목됐다. 유통업체 이윤률은 2023년 기준 14.6%로 5년 전(13.3%)보다 1.3%포인트(p) 상승했다. 앞서 지난해 한국은행도 “농가가 농산물을 판매하는 도매가 상승폭보다 소매가 상승폭이 더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유통비용 비중을 낮추기 위한 유통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통 구조를 개선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유통비용을 줄여 공 들여 농산물을 키운 생산자를 보호하고, 소비자 가격을 낮춰 물가 안정 효과까지 잡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확대 및 정가·수의매매 도입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도매시장 확대를 통해 유통 독점을 예방하고, 다양한 생산·유통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경매 중심의 유통 구조를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온라인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유통 구조를 전환하고, 거래 참여 자격 기준도 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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