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미래, 염승숙 지음
2025년 09월 12일(금) 00:20
앞날은 누구에게나 불확실하다. 우리는 늘 미래를 염려하면서도 결국은 지금 이 시간을 살아낼 수밖에 없다. ‘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미래’는 그런 불안의 현재를 조용히 응시하는 여섯 편의 소설로 구성된 염승숙의 소설집이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발표순으로 엮었다.

그가 “이야기가 하나의 객체가 아닌 전체의 일부로서, 내게서 천천히 흘러나왔다”고 밝힌 대로 각각의 이야기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형성하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프리 더 웨일’과 ‘믿음의 도약’은 팬데믹 시기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며 ‘구옥의 평화’와 ‘진영의 논리’는 모녀 관계와 세대 간 가치관의 충돌을 중심에 둔다. ‘북극성 찾기’는 과거의 상처와 재회, ‘한낮의 정적’은 육아와 무기력 속에서 조금씩 감각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겪는 단절과 불안은 깊이 닮아 있다. 팬데믹, 고용 불안, 주거 문제, 노년의 고립, 혐오와 배제 같은 현실의 단면들이 서울의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인물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서서히 무너지고, 때로는 조용히 단절하며 무심한 세계를 견디는 법을 배워나간다.

책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직접적인 위로를 건네지는 않는다. 대신 지금 이곳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작고 조용한 움직임에 집중한다.

소설 속 인물들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현재라는 시간 위에서 ‘이미 일어난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문학과지성사·1만7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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