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정착, 그리고 희망-땅과 대륙 사이의 삶’
종전 80년, 한일협정 60년 맞아 ‘우토로 아트페스티벌 2025’ 열려
10월 10일~11월 10일…마당극, 현대미술 전시 전 세계 12팀 14점 등
2025년 09월 11일(목) 18:35
오는 10월 ~11월 10일 일본 우토로 등에서 열리는 ‘우토로 아트페스티벌’을 앞두고 11일 전남대 인문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가수 김원중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일본 교토 인근의 우토로라는 지역은 일제강점기에 이주한 재일 조선인들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동포들은 가난과 차별 속에서도 삶의 터전을 일궈왔다. 인문적 관점에서 우토로는 이주의 삶, 공생과 평화 등을 상징한다.

해방 80년, 한일협정 60년을 맞아 우토로를 모티브로 ‘우토로 아트페스티벌 2025’(UAF 2025)이 교토와 우토로에서 펼쳐진다.

UAF2025 실행위원회는 11일 오전 전남대 인문대에서 간담회를 갖고 페스티벌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UAF2025 실행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아트페스티벌이 오는 10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 ‘이주, 정착, 그리고 희망-땅과 대륙 사이의 삶’을 주제로 교토와 우토로에서 펼쳐진다.

우토로 평화기념관, 교토코리아학컨소시엄, 도시샤코리아연구센터가 주관하며 전남대 인문학연구원을 비롯해 코리아-유라시아 로드 런,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시민자유대학이, 포도나무아트스펭스 등이 협력한다. 특히 광주의 유재현 감독, 정현주 수석큐레이터가 실행위원회에 소속돼 활동을 펼쳐 눈길을 끈다.

유재현 감독은 “우토로 마을은 비가 많이 오는 곳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그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물과 관련된 내용을 프로그램에 가미했다”며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일본으로 넘어오기까지의 경계로서의 물, 분단국가의 경계를 함의하는 물, 동포들의 삶 속에 내재된 고난의 눈물 등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토로는 차별 받는 대상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닌다”면서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그와 같은 경험을 어떻게 예술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러한 부분을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주요 행사로는 오프닝 마당극, 우토로 공연, 대공연, 현대미술전시(괴테 인스티투트 빌라카모가와, 도시샤대학, 우토로평화기념관), 국제학술심포지엄 등이 예정돼 있다.

작가로는 하전남, 이끼바위쿠르르, 테루야 유켄, 후지이 히카루, 최지목, 기슬기, 생명평화미술행동(홍성담 외 5인) 등이 참여하며 가수로 광주 출신 김원중이 도시샤대학 하디홀에서 공연을 갖는다. 간담회에 참석한 가수 김원중은 “우토로와 광주는 ‘섬’과 같은 공통의 이미지를 갖는 지역”이라며 “현지에서 80년 광주 5.18의 의미 등을 담아 노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온 12팀 예술가들의 14점이 전시실과 거리에 걸린다.
생명평화미술행동 작 ‘피어라! 민들레’
특히 재일동포이주사를 집약한 걸개그림 연작 ‘피어라! 민들레’(2점, 각 10m와 11m)가 우토로평화기념관, 도시샤대학에 설치돼 관심을 끈다.

정현주 큐레이터는 “이번 아트페스티벌은 이주, 정착, 공생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의미를 풀어낼 계획”이라며 “평화로 상징화된 우토로 마을의 역사를 현시대 아트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0년 전통의 도시샤 대학에 걸개그림이 걸린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도시샤대학은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그의 시혼이 깃든 공간으로, 우리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고 언급했다.

또한 우토로와 광주는 억압과 상흔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상통된다. 광주가 5.18민주화운동을 통해 인권과 평화를 알렸듯이, 우토로는 식민과 차별의 시간을 매개로 중평화와 공존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때문이다.

참여 작가의 면면도 이색적이다. 하전남은 ‘근소한 차이의 공간’이라는 작품으로 재일동포들의 뿌리와 모습을 반영하며, 테루야 유켄은 ‘먼 곳에서 온 퍼레이드’라는 작품을 통해 전후 미군의 군사점령에 맞선 오키나와의 역사적 경험을 강조한다.

냉전 시대의 미디어를 재검토하는 후지이 히카루는 작품 ‘재를 읽다’에서 미디어가 정보 전달을 넘어 불확실한 기억을 조직하고 망각을 강제하는 권력 도구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생명평화미술행동의 ‘피어라! 민들레’는 재일한국인들이 탄압과 차별을 극복하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홍성담 작가는 “도시샤대학에 걸개그림을 건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 종전 80년 등을 사유하며 제작에 임했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57583300789297007
프린트 시간 : 2025년 09월 12일 00:2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