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우주 항해는 상상 아닌 한 발자국에서 시작
ACC 10주년 ‘ACT 페스티벌’
14일까지 9개국 13개 작품 전시
첨단 기술·창의적 상상력 결합
2025년 09월 10일(수) 20:45
ACC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ACT페스티벌 ‘뉴로버스: 깨어있는 우주를 항해하며’전을 오는 14일까지 펼친다. 천국, 지옥, 에덴동산을 모티브로 풀어낸 스맥의 ‘스페큘럼’.
거대한 화면에 펼쳐진 장면은 천국과 지옥을 은유한다. 쾌락과 기술 등이 만연한 현대사회의 이면을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다.

압도적인 크기와 화려한 색채감은 거대한 명화를 감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준다.

과연 천국은 어디이고 지옥은 어디인가? 아니 천국과 지옥의 경계는 어디인가?

네덜란드 디지털아티스트 그룹 스맥의 작품 ‘스페큘럼’은 스펙터클하고 역동적이다. 천국과 지옥, 에덴을 상징하는 장면은 복잡다단한 현실과 그로 인해 초래되는 불안을 투영한 작품이다. 화면을 응시하고 나면 우리가 발 딛고 선 이곳이 천국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김상욱, ACC) 복합5관에서 진행 중인 ‘ACT 페스티벌’(오는 14일까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2016년 스테델릭 뮤지엄 브레다와 솔로 콜렉션의 의뢰로 제작됐으며 멜버른 등 주요 기관에 소개돼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2ENTER의 ‘데이터-버스 광주’.
첨단 기술과 창의적 상상력, 과학기술, 철학적 사유 등이 결합돼 펼쳐지는 이번 페스티벌은 ACC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이번 페스티벌 주제는 ‘뉴로버스: 깨어있는 우주를 항해하며’이며 9개국 11팀의 총 13개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뉴로버스(Neuroverse)는 신경망(Neural Network)과 우주(Universe)를 상정하는 개념이다. 인간을 비롯해 기계, 세계가 연결돼 하나의 그물망처럼 상호 작용하는 양상을 의미한다. 페스티벌이 AI를 비롯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확장현실, 몰입형 사운드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펼쳐진다는 것을 전제한다. 여기에 예술적 창의력이 덧입혀져 작품은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찬드라 연대기: 인 뉴로버스’는 뉴로버스라는 세계에서 신경망을 관리하는 ‘찬드라’들의 연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찬드라’는 중성적 이름으로 힌두교에서는 달의 신으로 일컫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염인화 작가가 창안한 캐릭터로 전체 내용과 연계된다. 작가는 3개의 시공간(비포 찬드라, 애프터 찬드라, 한창의 찬드라)에 구축된 작품을 통해 각각 실물현실, 증강현실, 가상현실을 넘나드는 매체로 소개한다.

작가는 “거대한 우주를 항해하는 것은 거대한 상상만이 아니라 단 한 발자국의 감각적 전이에서도 시작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몰입형 작품 그랑프리를 수상한 프랑스 감독 보리스 라베의 ‘이토 메이큐’를 볼 수도 있다. 일본 고전문학과 회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설치한 작품이다. 중단없이 지속되는 미로를 걷는 체험을 매개로 우리 삶의 여정의 의미를 사유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일본의 미디어아티스트 다이토 마나베의 생명과 기계를 탐구한 ‘브레인 프로세싱 유닛’을 비롯해 한국어 목소리를 더빙한 미국 감독 엘리자 맥닛의 몰입형 우주탐험을 구현한 ‘아스트라’, 프랑스 감독 그웨나엘 프랑수와의 ‘오토의 행성’ 등도 관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한편 김상욱 전당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 발전하는 과학기술 문명은 우리의 삶을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과학기술과 예술, 상상력이 만나 빚어내는 다층적인 담론을 함께 고민하고 기술과 윤리, 공감에 대한 부분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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