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의 은퇴, 집이 달라져야 - 손승광 동신대 명예교수, 한국주거학회 고문
2025년 09월 10일(수) 00:20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기대수명이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늘었다. 지금 100세 시대를 말하는데 베이비부머들의 기대수명은 이를 초과한다라고 말한다.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이미 20.6%가 되었으며 2035년에 30%, 2050년에 40%에 이른다는 예측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 연령에 들어서면서 고령자의 주거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 고령 인구의 주거 형태와 서비스 모델은 단순한 ‘주거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현실의 주택은 건강한 가족을 생활 모델로 하는 보통사람을 위한 부동산으로서 주택이다. 고령자들이 안심하고 살수 있는 사회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자 주거 유형은 크게 ▲자가 소유 아파트 및 단독주택 ▲공공임대주택 ▲실버타운·고급형 시니어 레지던스 ▲노인복지주택이나 주거복지형 시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자가 주택에 거주하는 고령자가 대다수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관리 부담이나 고립감 문제가 심화된다.

공공임대주택은 저렴하지만 서비스가 취약하고, 실버타운은 편리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고액의 입주비와 월 사용료가 걸림돌이다. 결국 고령자의 생활수준과 경제력에 따라 주거 선택이 양극화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과거 고령자 세대와 다른 특성을 지닌다. 건강 수명이 길고 문화·여가 욕구가 강하며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중시한다. 단순히 ‘돌봄을 받는 공간’이 아니라 자율성과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주거 모델을 원한다. 이 점에서 전통적인 노인복지시설만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앞으로 필요한 주거 모델은 첫째, 도심형 서비스 레지던스이다. 의료·문화·교통 인프라가 가까운 도심 속에 비교적 소형 평형과 합리적 임대료를 갖춘 주거단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집안에서는 독립적으로 생활하지만 필요시 식사, 돌봄, 여가 프로그램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단계별 주거이동 체계가 필요하다. 건강할 때는 자립형 주거에서 생활하다가 신체적 제약이 생기면 간호·요양 지원이 강화된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복지시스템이 정착된 나라에서 도입한 모델처럼 주거와 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다. 공공이 토지·인프라를 지원하고 민간이 운영과 서비스 혁신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나눌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현재의 실버타운처럼 고가이면서도 일부 계층만을 위한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고령자 주거문제는 단순히 노인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 세대의 주거와 돌봄 비용은 자녀 세대의 삶과도 직결된다. 건강하고 안정된 노후 주거 모델을 마련하는 일은 곧 세대 간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길이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고령자 주거는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가며, 필요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단순히 집 한 채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자 인구 비중이 급증하는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주거기본권을 실현하는 문제이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고령사회, 모두가 살고 싶은 집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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