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중의식 확산, 문화예술 저변 확대부터 - 김용하 전 광주시인협회 회장, 용아 박용철 기념사업회 이사장
2025년 09월 09일(화) 00:00
근래 우리 사회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 사건들에 대한 징벌문제나 인과관계에 대한 사후처리 등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이슈가 많다. 특히 해병 순직사건은 특검까지 구성이 되어 원인과 처리과정, 관련인물들에 대한 재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할로윈 사건, 제주항공 무안추락 사건 등의 진실규명과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해당사자들의 대립도 분분한 상태이다.

또한 거의 날마다 잔혹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인하여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고 국민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아무 인과관계도 없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 공격해 죽이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비일비재 일어나는데도 원인과 책임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져 있다. 또다시 그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재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시민들은 불안해 한다.

사회를 안정시키고 안전한 일상을 보장해야 하는 정치는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자신들의 당리당략과 정치적 기득권 쟁취를 위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에 이렇게 인명을 살상하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죄책감도 없는 가치의 전도(轉倒) 현상이 팽배하게 되었는가? 큰 죄를 짓고도 가책을 받지 않고 오히려 법원의 판결에 대해 끝까지 부정하거나 정치나 제도의 피해자인 체 하는 사회풍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대외적으로 각종 전쟁이나 블록화된 대립상태, 국제통상의 격동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내우외환에 처해있다.

옛날보다는 사회·경제적으로 성장하고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오늘날 인명경시 현상과 극단적이거나 엽기적인 행동이 증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견 극단적인 선택, 엽기적인 사건들 사이에는 연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근본 뿌리는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고도의 과학문명의 발달과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인간성의 상실과 생명경시 현상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빈곤에서는 벗어났지만 사회적 불평등이나 인간관계에서의 소외, SNS상에서 벌어지는 집단이기주의 등에서 받는 상처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인간성의 결여로 우발적인 충동과 경쟁의 조급성에 빠져 일을 저지르고 만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여유와 서정성을 길러 사회의 공동체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인권존중의식을 길러 생명경시의 풍조를 바로 잡는 일이 시급하다.

인권이란 모든 개인에게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광범위한 가치로서 법이나 제도 이전에 생명에 대한 외경심(畏敬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인권의 개념은 헬레니즘 시대 스토아 학파의 자연법 사상에서 유래했지만 인권이 보편적인 사회적 요구와 현실로 받아들여진 것은 르네상스기에서부터 17세기에 이르는 기간이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저술과 마그나 카르타, 영국의 권리장전등은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천부인권(天賦人權)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행위, 인간의 자유스러운 삶과 사상, 감정을 속박하거나 육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자유의지에 의해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가 인권을 강조하고 하고 있지만 법적 제도적 장치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인간의 정서적 안정과 내면적 가치관의 정립을 위한 노력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인 인권존중 의식 확산과 이를 실천하는 생명존중 교육을 어려서부터 실시해 가치를 내면화하고 이를 삶속에서 행동으로 표출하도록 유도하는 시와 문학 독서 등 문화예술 활동도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자연사랑과 서정적 사회분위기의 저변 확대운동이 범국가적으로 사회적·정책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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