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이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니 -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석좌교수
2025년 09월 08일(월) 00:00
금년 8월이 지나갔다. 올해는 광복 80주년, 국치일이 115년째 되는 해의 8월이었다.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들으면서 올해는 마음이 편해졌다. 국치일(29일)에는 독립유공자유족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독립선열합동추모대전’에 참석하여 추념사를 대독하는 행사를 마쳤다. 나는 추념사를 대독하면서 ‘문장은 경국(經國)’이라는 옛말을 새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바른 역사관과 민족정기가 담긴 훌륭한 문장이 국가와 민족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국가를 경영하는 큰 지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45년 8월, 조국이 광복되자 상해 임시정부의 요인들이 모두 귀국하였다. 백범 김구 임시정부 주석이 민족의 역량을 모아 순국선열추념대회를 열었는데 그해 12월 23일의 일이었다. 추념문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위당 정인보가 짓고, 김구 주석이 직접 낭독했던 역사적인 명문이었다. 올해 열린 추모대전에서 많은 추념문이 낭독되었지만 가장 먼저 낭독한 것이 바로 백범이 낭독했던 그 추념문이었다.

“우리 국조(國祖)께서 가시덤불을 열어젖히시고 정치와 교화를 베푸신 뒤로 면면히 이어져 온 것이 거의 오천 년에 미칩니다. 그동안 나라의 흥망이 어찌 한두 번이리오마는 실상은 한 족류(族類: 민족)로서의 계승이었고, 혹 외적의 침탈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 범위는 한 지역에 그쳐……. 이어 내려오는 정통성은 언제나 뚜렷하였으니, 우리들이 당한 변란이야말로 역사상에서 보지 못하던 초유의 참극이었나이다. 광무 을사년(1905)에서 시작되어 정미년(1907)을 지나 융희 경술년(1910)에 와서 드디어 언어조차 끊어지게 되니, 그 참혹함은 오히려 둘째라 하더라도 비길 수 없는 수치와 큰 모욕이 이처럼 극단에 이른 것은 무엇으로 견줄 수 있겠나이까…….”

경술의 국치, ‘비길 수 없는 수치와 큰 모욕이 극단에 이른 것’이라고 비통한 마음을 토로하고, “이러한 가운데 한 줄기의 찬란한 민족의 빛을 일으켜 이 민중으로 하여금 치욕의 날에도 자긍심을, 비참의 시기에도 분발을 끊임없이 가지게 한 것은 과연 누가 만드신 것이었겠나이까. 우리는 을사 이후 순국하신 선열 제위를 오매(寤寐)간에도 잊지 못하니이다”라고 말하여 선열들의 공으로 우리가 광복을 맞았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백범이나 위당만이 아니라 도산 안창호 선생 역시 우리 민족의 마음과 힘으로 반드시 독립을 쟁취하고 말 것이라는 예언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독립할 가능성이 확실히 있습니다. 왜? 우리 대한 사람은 무엇으로 보던지 근본적 자격이 독립할 민족이요, 결코 이민족의 노예생활을 오래 하지 아니할 민족입니다. 이러한 우리 민족으로서 독립을 요구하는 날에 세계의 시운은 우리의 요구에 응할 것입니다”(독립신문, 1921.5.21.)라는 도산의 어록은 우리가 독립운동 하면 반드시 세계의 시운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리라는 예언을 했었다.

그렇다. 우리 대한 민족의 독립과 광복은 우리 선열들의 투쟁과 순국에서 왔으며, 우리의 독립운동에 외면하지 못하여 우리의 요구에 응해준 세계의 시운으로 이룩된 투쟁과 운동의 결과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니 그런데, 요즘의 이른바 ‘뉴라이트’라 불리는 자들은 그런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고 “우리나라의 광복은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독립기념관장 김형석)이라는 망언을 지껄이고 있으니, 하필이면 독립기념관장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그 따위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니, 온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인가.

참으로 기가 막힌다. 자신의 목숨과 가족까지 초개처럼 버리고 나라를 위해 순국하고 독립투쟁에 생을 바친 선열들이 이런 소리를 듣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누워 있던 혼이 벌떡 일어나 왜적보다 더 미워하며 뺨이라도 때리지 않을 것인지. 뉴라이트라는 정신나간 사람들,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외쳐대며 일본이 은인 국가라 여기고 있으니, 우리가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국치일조차 그들은 영광스러운 날로 여기고 있지 않겠는가. 참담하다. 말문이 막힌다. 정말로 뉴라이트라는 자들은 썩 물러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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