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발간되는 문예지 ‘문학들’ 창간 20주년 맞아
2005년 가을호로 창간 … 이번 호로 통권 81호 발행
침체된 지역문단 활성화, 주목받는 문예지로 성장
2025년 09월 07일(일) 17:41
문학들 81호
지난 2005년 가을호로 창간한 ‘문학들’이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문학들 제공>
문예지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고 지역 문학을 활성화하는 데 첨병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다양한 문예정책 등을 제안하고 이를 지역 실정에 맞게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촉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금과 같은 영상시대가 도래하기 전 문예지는 많은 독자들에게 심도 있는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작품을 게재해 플랫폼 기능을 담당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고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문예지는 이전과는 다른 방향과 방법으로 독자, 문인들과 소통을 해오고 있다.

광주에서 발간되는 전문 문예지 ‘문학들’(대표 송광룡)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화제가 되고 있다.

문화적 토대가 중앙에 비해 허약한 지역에서 20년간 문예지를 지속 발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다. 이번에 가을 혁신호(통권 81호)로 발행된 ‘문학들’은 2000년 이후 광주 문학의 역사이자 향후 광주와 남도 문학을 이끌어 갈 중요한 ‘자산’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당초 ‘문학들’은 침체된 지역 문학을 활성화하고 한국문학에도 새로운 활역을 불어넣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송광룡 대표는 “‘문학들’을 창간한 것은 2005년 가을이었다. 광주전남 지역에 이렇다 할 종합문예지가 없던 차에 ‘문학들’에 대한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며 “적자가 불 보듯 빤한데 몇 호나 버틸까. 여타의 잡지처럼 ‘사당화’되는 것은 아닐까. 갑론을박의 과정에서 용기를 낸 것은 선배 문인들의 열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송 대표는 “‘문학들’이 20년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문예지를 발간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태생부터 공적인 뜻이 강했기 때문이다”며 “출판사보다 먼저 지역 문인들이 그 뜻을 모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한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학들’이 오늘과 같은 토대를 갖추는 데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수의 문학인들의 보탬이 큰 힘이 됐다. 고재종 시인을 비롯해 나종영, 임동확 시인, 이화경 소설가, 채희윤 작가, 김형중 평론가 등 역량 있는 문인들이 편집진에 참여해 기틀을 닦았다.

이후 박구용(철학), 윤수종(사회학), 임경규(영문학), 이영진(인류학) 등 인문 사회 분야로도 폭을 넓혀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문학, ‘광주’라는 지역성 문제를 새롭게 탐구하고 확장하는 노력을 펼쳤다.

‘사물들’ ‘장소들’이라는 지면은 작가들의 에세이로 독자들 곁으로 다가갔고 ‘문학사들’을 매개로 해서는 광주전남의 문학사, 지역과 한국문학의 관계 등을 조명했다. 특히 지역 문학의 가장 큰 이슈이기도 한 ‘오월문학’에 대한 탐색과 탐구, 조명은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한국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한 당시 신인 작가들의 작품도 지면에 게재했다. 김숨, 손홍규, 장은진, 정지돈, 한유주, 황정은 등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지면을 장식했는데 그만큼 ‘문학들’의 작품 변별력이 날카로웠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학들’은 창간 20주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편집진을 보강했다. 김서라(미술비평, 지역연구)를 비롯해 김영삼(문학비평), 이다희(시인), 정용준(소설가, 서울예대), 최유안(소설가, 전남대, 독문학)이 편집위원으로 새롭게 참여했다. 이들은 3세대 편집위원으로 ‘문학들’ 미래는 물론 지역 문학, 광주문학, 한국문학 등을 아우르는 포석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20년을 정리해보고 ‘문학들’의 새로운 길을 찾는 좌담(좌표들), ‘불법 계엄 이후 문학은 어떻게 법 바깥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함돈균, 서준환, 송경동의 글(질문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한 줄의 문장에 대한 송재학 시인의 에세이(문장들), ‘항쟁-이미지’의 (재)생산 그리고 ‘이미지 지역학’의 가능성을 살피는 ‘광주In문학’ 등 새로운 코너들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한편 초대 주간을 맡았던 고재종 시인은 좌담에서 “‘문학들’의 성과 외에 아쉬운 것으로 ‘담론’의 활발함에 비해 ‘창작’이 위축되지는 않고 있나, ‘신인 배출에 너무 인색한 것은 아니었나’”하는 지적을 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57234482789063026
프린트 시간 : 2025년 09월 08일 17: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