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함께 여는 상생의 길, 지역의 재도약 - 명세민 한국수자원공사 영·섬경영처장
2025년 09월 05일(금) 00:00
지난 6월 주암댐 주변 지역인 보성군 복내 천연염색공예관에서는 특별한 회혼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주암댐 인근 4개 시·군에 거주하는 60년 이상 부부 14쌍과 가족,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전통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곱게 단장한 노부부의 성혼 선언, 자녀의 영상 편지, 사랑 고백 토크쇼가 어우러져 코끝 찡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 단순한 행사를 넘어 지역소멸과 고령화라는 그늘 속에서 공동체의 온기를 되살리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소멸 위기 지역의 재도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산업 침체, 교육과 문화 격차는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최근 정부가 소멸 위기 지역 재도약을 123대 국정과제로 삼고 국민 임명식에 마을공동체와 지역 특화기업을 초대한 것은 지역의 재도약이 곧 대한민국 전체의 과제임을 보여준 상징적 메시지였다.

지역의 재도약은 한국수자원공사에도 중요한 과제다. 오늘날 환경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떠오르며 풍부한 수자원은 지역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고 생활 복지와 문화 공간을 일구는 기반이 됐다. 이에 물을 관리하는 전통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수자원을 지역의 경쟁력과 연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주요 무대가 바로 댐 주변 지역이다.

그 현장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유역본부는 물이라는 공공 자원을 매개로 주민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회혼식 역시 지역소멸과 고령화라는 문제를 고민하며 공동체의 끈을 다시 단단히 잇기 위한 실천 중 하나였다.

회혼식과 함께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이어가고 있다. 주암댐의 에코 마켓은 대표 활동 중 하나다. 이곳에서 지역 주민들은 농산물 공동 생산·판매 활동을 펼치며 소득을 키운다. 또한 레스토랑, 베이커리, 빨래방 등을 갖춘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장흥댐에는 ‘꼬까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증 치매 노인에게 GPS가 장착된 신발을 보급하는 것으로 어르신의 실종 예방과 안전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사업은 제8회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에서 경찰청장상을 받으며 사회적 관심도 끌었다. 이는 작은 실천이 고령화 지역의 돌봄 인력과 시설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뜻깊은 순간이었다.

이 외에도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급식 푸드트럭 방울이 밥차, 장흥댐 생태미술관 조성 같은 사업들이 있다. 크고 화려한 사업은 아니지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오래된 공간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 넣는 행동들이 모인다면 지역에 생기가 돌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의 노력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드는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첫째, 미래세대와의 동행이다. 지역이 지속하려면 청년이 있어야 한다. 청년이 머물기 위해서는 소통과 공감의 무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처음으로 ‘영·섬유역 댐 주변 지역 청소년 숏폼 공모전’을 열었다. 이들 영상은 한국수자원공사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지 불과 2주 만에 3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공감과 친밀감은 지역과 청년을 잇는 가장 효과적인 언어다. 이러한 노력이 쌓이게 된다면 지역의 내일은 젊은 기운이 가득해질 것이다.

둘째, 온라인커머스 도입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지역에서 온라인 커머스를 도입하는 것은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세상과 다시 연결하는 생존 전략이다. 영·섬유역본부는 전라남도 대표 공공형 온라인쇼핑몰인 ‘남도장터’와 협업해 댐 주변 지역 농가의 온라인 입점을 지원하고 할인가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실시간 라이브 방송 판매도 진행하며 남도의 맛과 댐 주변 농가의 이야기를 함께 전했다. 지난 6월 19일 첫 라이브 방송을 시작으로 불과 몇 달 만에 누적 매출 6000만원을 올렸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한 우물을 끼고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왔다. 물은 늘 삶을 이어주는 중심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물을 중심에 두고 지역의 삶과 맥을 유지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서로 함께 하는 의지가 있다면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그늘 속에서도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의 길은 열린다. 그 길에서 한국수자원공사가 언제나 동행하겠다.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56998000788975131
프린트 시간 : 2025년 09월 06일 20:5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