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언제쯤 이름값 할까 - 박진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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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고대 시장의 자릿세, 중세 도시의 통행세는 단순한 금전 제공이 아닌 공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었다. 사람들은 당시 그 대가가 공정하고 예측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들어 이 단순하고 공정한 거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디지털 기반 배달 플랫폼은 일상 속 필수 인프라가 됐지만 공정하지 않은 대가를 요구하고 예측 불가능한 부담을 떠넘기는 시스템으로 전락하고 있다.
결국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한 국내 배달 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은 지난 2월 불공정한 시스템을 개선한다면서 매출 구간별 중개이용료를 차등 적용하고 업주 부담 배달비도 조정했다. 과거 최대 9.8% 일률 체계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업주 부담비용은 크다.
여기에 지난 4월부터는 무료였던 포장주문에도 6.8% 수수료를 붙였다. 손님이 직접 매장을 찾아와도 ‘배달앱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비용을 내야 하는 구조다.
수수료 전쟁, 광주시의 반격
여론 악화를 우려한 배달의민족은 지난 6월부터 1만원 이하 주문의 수수료를 면제하고 3년간 최대 3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광고비와 결제 수수료까지 합치면 실질 부담률은 변함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달의민족이 국민적 반발에도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이유는 뭘까.
재무지표를 보면 답이 나온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4조 3226억원, 영업이익 640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모회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4127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2024년에는 DH 보유 주식 5372억원 어치를 매입·소각했다. 국내 소비가 만든 이익이 상당 부분이 해외로 흘러간 것이다.
결국 국내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배달앱 사회적대화기구’가 첫 회의를 열고 입점업체 선택권 확대, 수수료율 산정 기준 개선, 약관 협상 절차 제도화 등을 제시했다. 국회 역시 ‘갑을관계공정화법’을 정기국회 중점 법안으로 올려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시를 중심으로 자치단체들도 배달앱의 횡포에 맞서고 있다. 광주시는 2021년부터 민간 플랫폼 ‘위메프오’와 손잡고 공공배달앱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땡겨요’를 추가해 두 개 앱 병행 체제로 확대했다. 중개이용료는 2%대, 업체들로부터 광고비도 받지 않는다.
성과는 수치로 입증된다. 2025년 여름 현재 가맹점 1만 5800곳, 누적 주문 198만 건, 누적 매출 488억원, 광주지역 배달앱 시장 점유율 17.3%로 전국 공공앱 평균(약 4%)을 크게 웃돈다.
중앙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올해 1차 추경에 공공배달앱 소비쿠폰 등 활성화 예산 650억원을 반영했다.
광주시의 모델은 지역경제 순환 구조를 실현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만 입점률 확대, 결제 편의성 개선, 고객 서비스 강화 등 민간 플랫폼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과제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광주시가 주도하는 공공 배달앱의 성공 조건으로 세 가지를 조언한다.
첫째, 품질 경쟁력 확보다. 입점 음식점 다양성, 결제 시스템 안정성, 고객 서비스 수준이 민간 플랫폼과 견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제도적 기반 마련이다. 수수료·광고비·결제 수수료를 포함한 총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측 가능한 규칙을 정착시켜야 한다. 셋째, 시민의 선택이다. 플랫폼의 힘은 결국 사용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착취의민족, 오명 벗으려면
광주시의 도전은 지역사회가 자본 유출을 막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민간 플랫폼의 편리함과 수익성 등을 이유로 변화된 구조를 외면한다면 도전은 지속되기 어렵다.
광주 동구에서 오랜 기간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중국집 등 일부 맛집이 아직도 공공앱에 등록하지 않고 배달의민족을 통해서만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게 대표 사례다.
‘배달의민족’이라는 이름은 백의의 민족, 의를 중시하는 민족, 서로 돕는 공동체를 연상시키는 나름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높은 수수료 등으로 일부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이를 ‘착취의민족’으로 부른다는 점이다. 이름이 주는 울림과 실제 행태가 괴리될 때 사람들은 냉소로 응답한다. 배달의민족이 앞으로도 그 이름을 계속 쓰고 싶다면 상징만 빌릴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지켜야 한다.
우리 사회가 ‘배달의민족’에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음식배달이 아니라 이름에 걸맞은 공정한 공동체적 약속 실천이다. 지금부터라도 제 이름값을 하길 바란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들어 이 단순하고 공정한 거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디지털 기반 배달 플랫폼은 일상 속 필수 인프라가 됐지만 공정하지 않은 대가를 요구하고 예측 불가능한 부담을 떠넘기는 시스템으로 전락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부터는 무료였던 포장주문에도 6.8% 수수료를 붙였다. 손님이 직접 매장을 찾아와도 ‘배달앱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비용을 내야 하는 구조다.
여론 악화를 우려한 배달의민족은 지난 6월부터 1만원 이하 주문의 수수료를 면제하고 3년간 최대 3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광고비와 결제 수수료까지 합치면 실질 부담률은 변함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달의민족이 국민적 반발에도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이유는 뭘까.
재무지표를 보면 답이 나온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4조 3226억원, 영업이익 640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모회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4127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2024년에는 DH 보유 주식 5372억원 어치를 매입·소각했다. 국내 소비가 만든 이익이 상당 부분이 해외로 흘러간 것이다.
결국 국내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배달앱 사회적대화기구’가 첫 회의를 열고 입점업체 선택권 확대, 수수료율 산정 기준 개선, 약관 협상 절차 제도화 등을 제시했다. 국회 역시 ‘갑을관계공정화법’을 정기국회 중점 법안으로 올려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시를 중심으로 자치단체들도 배달앱의 횡포에 맞서고 있다. 광주시는 2021년부터 민간 플랫폼 ‘위메프오’와 손잡고 공공배달앱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땡겨요’를 추가해 두 개 앱 병행 체제로 확대했다. 중개이용료는 2%대, 업체들로부터 광고비도 받지 않는다.
성과는 수치로 입증된다. 2025년 여름 현재 가맹점 1만 5800곳, 누적 주문 198만 건, 누적 매출 488억원, 광주지역 배달앱 시장 점유율 17.3%로 전국 공공앱 평균(약 4%)을 크게 웃돈다.
중앙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올해 1차 추경에 공공배달앱 소비쿠폰 등 활성화 예산 650억원을 반영했다.
광주시의 모델은 지역경제 순환 구조를 실현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만 입점률 확대, 결제 편의성 개선, 고객 서비스 강화 등 민간 플랫폼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과제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광주시가 주도하는 공공 배달앱의 성공 조건으로 세 가지를 조언한다.
첫째, 품질 경쟁력 확보다. 입점 음식점 다양성, 결제 시스템 안정성, 고객 서비스 수준이 민간 플랫폼과 견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제도적 기반 마련이다. 수수료·광고비·결제 수수료를 포함한 총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측 가능한 규칙을 정착시켜야 한다. 셋째, 시민의 선택이다. 플랫폼의 힘은 결국 사용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착취의민족, 오명 벗으려면
광주시의 도전은 지역사회가 자본 유출을 막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민간 플랫폼의 편리함과 수익성 등을 이유로 변화된 구조를 외면한다면 도전은 지속되기 어렵다.
광주 동구에서 오랜 기간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중국집 등 일부 맛집이 아직도 공공앱에 등록하지 않고 배달의민족을 통해서만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게 대표 사례다.
‘배달의민족’이라는 이름은 백의의 민족, 의를 중시하는 민족, 서로 돕는 공동체를 연상시키는 나름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높은 수수료 등으로 일부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이를 ‘착취의민족’으로 부른다는 점이다. 이름이 주는 울림과 실제 행태가 괴리될 때 사람들은 냉소로 응답한다. 배달의민족이 앞으로도 그 이름을 계속 쓰고 싶다면 상징만 빌릴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지켜야 한다.
우리 사회가 ‘배달의민족’에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음식배달이 아니라 이름에 걸맞은 공정한 공동체적 약속 실천이다. 지금부터라도 제 이름값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