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언어에 귀 기울이자 - 김창석 수필가
2025년 09월 02일(화) 00:00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자연의 구체적 사물로 표현한 것이다. 자연주의 시인 헤르만 헤세는 “자연은 모든 형상을 담은 언어이며 다양한 색깔을 표현하는 상형문자”라고 했다.

오늘날 자연 과학이 고도로 발달 했음에도 우리들은 세계를 진실되게 바라 볼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또 그렇게 바라볼 수 있도록 길들여 있지도 않다. 오히려 우리는 자연과는 반목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옛 사람들은 자연이 지닌 매혹적인 상징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감수성과 이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오늘날의 우리들보다 더 소박하고 천진난만한 데가 있으며 자연을 더없이 맑게 읽을 줄 알았다.

자연이 지니고 있는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감성과 자연의 도처에 존재하는 풍요롭고 생동감이 넘치는 다양한 사물들을 보고 기뻐하는 감성은 인간의 역사만큼 오래된 것이다.

인간은 그처럼 다양하고 복합적인 자연의 언어를 어떤 식으로라도 해석하고 싶어하는 충동, 아니 그보다 그 언어에 화답하고 싶어하는 충동에 빠지게 되었다.

엄청나게 다양한 것들을 간직하고 있는 자연의 뒤에는 통일성 이라는 성스러운 요소와 조화라는 선한 것이 은밀하게 숨어있다. 인간은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고 많은 것들이 모태인 자연 안에서 태어나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온갖 피조물을 만들어 낸 창조주를 느꼈다.

그리고 세계가 만들어졌을 때 비친 최초의 여명과 그것이 간직한 비밀을 알고 있는 세계로 되돌아 가고 싶다는 근원적인 충동을 늘 간직해 왔다. 이것이 바로 모든 예술의 뿌리가 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그러나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다양성 안에서 융통성을 찾고 싶어 하던 마음에서 너무도 멀어진 것만 같다. 그래서 이제는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담고 있는 자연을 더 이상 숭배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과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자연이 안내해 주던 길들에 감사하며 더 깊은 상상력을 키워 간다.

사람들은 눈이나 신체의 다른 감각을 통해서 자연의 한 부분을 체험하곤 한다.그때마다 자연의 매력에 이끌려 그 존재를 알게 되고 그 속에 계시되어 나타난 형상들에 눈을 뜰 때도 마찬가지 였다.

수정처럼 정교한 무늬가 짜인 나비의 날개를 보고도 경탄을 감출 수 없다. 그 날개 가장자리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선들이 무수하게 그려져 있으며 마치 형형색색의 보석들을 박아 넣은 듯한 무늬가 있다.

그 무늬 속에 새겨진 감미롭고 매혹적인 문양과 장식을 보라. 또한 그 다양한 색깔들이 서서히 바뀌어 가면서 미묘한 뉘앙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라.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자연을 보고 경이롭게 여김으로써 자연속의 모든 것들 즉 나비와 풍뎅이,구름, 산, 강 등처럼 생명력이 넘치는 모든 대상들의 형제가 되었다.

그것들은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전체의 일부이며 우리의 눈에 보이는 객관적 모양을 하고 있지만 보는이의 이념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연을 바라볼 때에 명료한 감각을 가지고 움직이면서 친숙함을 느껴야 할 것이다.

자연이 들려주는 생명의 노래는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그 노래에 응답해 우리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우리는 자연의 음률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연의 신비한 세계를 그저 걷고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하다. 자연은 소유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후손으로부터 빌려 쓰는 것이다.

1978년10월 5일 선포된 우리나라 자연보호헌장 그 전문은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47주년을 맞는 지금 자연은 온전히 숨쉬고 있으며 인간으로부터 경외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가, 우리들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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