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에서 찾은 도시 교통의 해답-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센터장
2025년 09월 01일(월) 00:00
광주시는 2020년부터 ‘타랑께’라는 이름의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논쟁이 따랐다. 이미 시내 곳곳에는 민간 전동킥보드와 자전거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었고 “왜 굳이 세금으로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느냐”는 반론도 있었다. 공공 개입이 민간 시장을 침해하며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주장, 과연 설득력 있는가?

우리는 대전의 ‘타슈’ 사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대전시는 광주와 인구 규모가 유사한 약 143만 명의 도시다. 사회 구조나 교통 인프라 밀도도 비슷하다. 그런 도시에서 타슈는 ‘시민형 공유 모빌리티’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

타슈는 2008년 시작된 이후 2022년 ‘시즌2’ 전환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QR코드 기반의 스마트 자전거 시스템과 1시간 무료 이용 정책이 도입되자 시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21년 52만 건이던 연간 이용 건수는 2024년 574만 건으로 11배 이상 증가했고 이용자 수는 15만 명에서 41만 명으로 늘어났다. 단순한 정책 변화가 도시 교통 문화를 바꾼 셈이다.

현재 대전시에는 약 4500대의 타슈 자전거가 운영 중이며 인구 318명당 자전거 1대꼴이다. 자전거 1대당 하루 평균 4.7회 사용되고 있으며 인구 1000명당 하루 평균 13회 이용이라는 수치는 서울 ‘따릉이’(8회)를 훨씬 웃돈다. 이는 타슈가 얼마나 도시의 일상적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무엇보다 시민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이용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강제나 규제가 아닌 생활 속 만족도가 정책 성공의 핵심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청년층의 반응이다. 타슈 1세대 당시 전체 이용자 중 66.43%가 20대였으며 현재도 52만 회원 중 약 21만 명(40.5%)이 20대다. 이는 타슈가 청년들의 실질적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수단임을 보여준다. 요금이 부담스러운 민간 서비스와 달리 타슈는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생활형 복지 서비스로 작동하고 있다. 교통비를 줄인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공공자전거는 청년의 도시 접근성과 자립성을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의 타랑께도 이 길을 확장해야 하지만 아직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서비스 지역은 서구, 북구 일부, 동구 금남로, 남구 월산동 등 극히 일부에 국한되어 있고 자전거 대수도 350대에 불과하다. 운영 시간은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자전거는 일반형만 제공되고 있다. 이런 제한적 운영은 타랑께가 실질적인 교통 대안으로 기능하기 어렵게 만든다.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확장과 기술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광산구, 북구 외곽, 첨단지구 같은 출퇴근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의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다.

공공자전거는 단지 자전거 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를 더 다정하게 설계하는 일이다. 타슈처럼 대중교통의 공백을 메우고 교통 사각지대에 연결의 선을 그리는 사회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일상과 거리를 연결하고 이동 그 자체가 권리가 되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 데 꼭 필요한 인프라다.

또한 자전거는 도시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천천히 바람을 맞으며 이동하는 사람은 도시의 골목과 거리를 더 깊이 느낀다. 자전거는 이동의 수단이자 도시와 시민을 다시 잇는 감각적 장치다. 특히 공공자전거는 특정 계층이 아닌 모두를 위한 교통 인프라로서 도시의 평등과 다양성을 상징한다.

물론 운영상 과제는 있다. 자전거가 한쪽에 몰려 있거나 아무 데나 방치되어 보행을 방해하는 문제, 앱 오류 등은 시민 불편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운영을 통해 충분히 개선 가능한 일이며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스템은 더 정교해질 수 있다. 도시가 움직이는 방식은 곧 시민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광주는 이제 자문해야 한다. 청년과 시민의 이동을 시장에만 맡길 것인가, 아니면 공공이 나서서 모두의 권리를 보장할 것인가? 대전의 사례는 분명히 말한다. 시민을 위한 공유자전거는 도시의 숨결을 되살릴 수 있는 정책이라고.

타랑께가 진정 ‘함께 타는 광주의 자전거’가 되려면 지금이 그 방향을 다시 확인할 시간이다. 더 많은 시민의 발이 되고 도시의 결을 따라 흐르는 교통의 새로운 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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