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읽는 능력은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이나
도시 관측소-김세훈 지음
2025년 08월 22일(금) 00:00
제화 등 경공업 중심지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동네로 급부상한 성수동. <책사람집 제공>
#외국인 노동자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충북 음성은 전체 인구의 15.9%가 외국인이다. 특히 단순거주자보다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젊은 외국인들이 많은 게 특징이다. 이들을 유인하는 건 ‘일자리’다. 화장품 제조업 관련 매출과 일자리 수는 수도권 이남에서 가장 많고, 2023년 기준 전체 일자리 7만2000여개 중 화장품을 포함한 제조업이 3만8000개를 차지하는 제조업 강소도시다. 일자리가 많다보니 외국인 노동자의 평균 체류 기간이 가장 긴 지역 중 하나가 됐고 이들은 지역 경제의 핵심 소비자로 자리하며 지역 경제를 견인한다.

# 현재 보스턴-케임브리지 지역에는 화이자 등 백신연구소와 1600개의 바이오 테크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MIT 주변의 켄달 스퀘어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1스퀘어 마일’로 불리고 인구 11만의 작은 도시 케임브리지는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 허브가 됐다. 1977년 세계 최초로 rDNA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후 낡은 관념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도시 전체가 기술 혁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파격적으로 개선한 결과다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 89억명 중 44억 명 정도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 500대 기업의 70%가 도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 80%가 도시에서 만들어진다.

도시와 공간을 연구하는 김세훈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가 펴낸 ‘도시 관측소 :유동하는 도시에서 ‘나’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도시의 법칙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 지, 도시를 읽는 능력은 어떻게 삶의 질을 설계하는 힘이 되는 지 콤펙트 도시, 일자리, 물류혁명 등 20개의 키워드로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공간의 가치와 맥락을 읽고 그 의미를 인식해 자신의 의사결정에 내재화하는 능력이야말로 미래를 읽는 힘이다. 단순히 유행에 민감해야 한다는 말 정도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도시 관측력은 이 도시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보이지만 모두에게 발견되고 해석되지 않는 특이점을 알아채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도시 덕질 25년차’라는 저자 소개처럼, 탄탄한 자료 조사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한 생생한 국내외 사례다.

책은 ‘작아지는 도시에서 살아남는 법’, ‘움직이는 도시, 새로 쓰는 규칙들’, ‘나를 위한 몰입의 도시’ 등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입지’보다 지금은 ‘연결’이 중요해졌다. 저자는 축소성장의 시대와 인구 감소의 시대 도시의 성장 키워드로 ‘연결을 통한 진화’를 제안한다. 더불어 한 도시의 번영은 단순히 인구수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인구보다 더 중요한 게 혁신의 밀도와 연결의 파급력이라고 말한다.

유동화의 시대, 사람들은 오래된 규격과 시스템을 타성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개성과 필연에 따라 장소를 발견한다. 제화·인쇄 등 경공업 중심지였다 팝업 매장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힙’한 동네로 떠오른 성수동은 공간 이용의 유동화를 잘 보여준다.

책은 그밖에 로컬(동네)의 가치, 로케이션, 초범주성, 스마트 도시와 축소 성장, 제 4의 공간의 등장, 덕질 등의 키워드를 제주도 탑동,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수장고, 도쿄 타마 뉴타운, 옥스퍼드·케임브리지 아크 등 다양한 도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책사람집·1만9800원>

/김미은 기자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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