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돌봄 ‘예산 싹둑’…‘마음 다친’ 광주 시민
총 8회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 ‘마음투자 지원사업’ 만족도 높은데
북구 올 531명 이용 증가 속 정부 예산 반토막에 조기종료 위기
남구는 예산 소진돼 신청 접수 중단…광산·동·서구도 마감 방침
2025년 08월 20일(수) 20:25
/클립아트코리아
우울감, 불안감 등 정서적 어려움으로 심리 상담을 받는 광주 시민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올해 광주시의 심리상담 서비스는 조기 종료될 위기에 놓였다.

올해 광주시 5개 자치구가 보건복지부에게서 받기로 한 심리상담 사업 관련 예산이 하반기 들어 뭉텅이로 깎여나가 예산이 금세 소진돼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각 자치구는 상담 수요가 늘고 있는데도 오히려 ‘접수 조기 중단’ 안내문을 내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광주시 북구는 보건복지부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신청자를 이달까지만 받고 조기 마감할 방침이라고 20일 밝혔다.

앞서 광주시 남구는 지난 14일 가장 먼저 신청·접수를 중단했으며 광산구는 이달 말까지, 동구와 서구도 다음달 5일까지 접수를 마감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은 우울·불안 등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바우처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상담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에 대해 총 8회(회당 50분 이상)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바우처(국민행복카드)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당초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올해 총 사업비 16억 8700만 원을 확보해 2600여명의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지원할 방침이었다. 지난해 총 예산 3억 2000여만원, 서비스 이용자 1012명에 비해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더불어 제공기관장의 자격기준을 완화하고 공간 기준을 축소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춰 제공기관을 추가 지정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각 자치구는 보건복지부가 내려주기로 한 예산이 최근 급격히 깎여나가면서 예산이 바닥나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광주시는 올해 16억 8700만원을 배정받았으나,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예산 중 11억 4900만 원으로 5억여원 가까이 깎여나간 예산만 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북구의 경우 올해 보건복지부로부터 5억 7196만원의 관련 예산을 받기로 했으나, 지난달 3일 반토막 수준인 3억 8085만원만 지급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다른 자치구 또한 이와 비슷하게 동구는 8504만원, 서구는 2억677만원, 남구 1억 5426만원, 광산구 3억 2179만원만 갖고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반면 각 자치구에 접수된 사업 신청자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북구는 지난해 428명이 신청,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284명에 그쳤지만, 올해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587명이 신청하고 531명이 이용하는 등 신청자가 부쩍 늘었다.

광산구(지난해 299명→올해 542명), 동구(74명→146명), 서구(211명→349명), 남구(171명→285명) 등 다른 자치구에서도 신청자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7월 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뒤 별다른 통보 없이 전국적으로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사업이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각 자치구 관계자 설명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신청을 마감하고 중간 집행률을 확인하면서 예산 추이에 따라 대기자들에게 서비스를 안내하고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만큼, 광주 시민들의 ‘마음 건강’을 위해 추가 예산을 투입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광주 지자체에서도 복지예산 대책을 강구해 긴급 예산을 확보하거나 재배치를 통해 남은 연도 지원을 연장하고, 추가 심리 상담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행정 편의보다는 전문성과 수요자 기반에 따른 합리적 예산 책정 방안을 신속히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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