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월세 시대…주거지형이 바뀐다”
전국적으로 7개월 만에 월세 계약 100만 건 돌파
광주·전남도 무주택가구 늘며 월세살이 확산 추세
2025년 08월 20일(수)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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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택 임대차 시장이 ‘월세 시대’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20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7월 동안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낀 거래는 105만 6898건으로 집계됐다. 불과 7개월 만에 월세 계약이 100만 건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보증부 월세를 포함한 월세 거래는 2017년 76만 건에서 2019년 82만 건, 2021년 97만 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2022년에는 140만 건을 기록하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도 142만898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2022~2024년 7월까지 월세 거래량이 80만 건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월세화 속도는 폭발적이다.

월세 비중도 눈에 띄게 확대됐다. 전국적으로 월세가 낀 계약은 2020년 40.7%에서 2022년 51%로 과반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57.3%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61.9%까지 치솟으며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 반면 전세 비중은 같은 기간 59.3%에서 38.1%까지 내려앉아 사상 처음으로 30%대에 머물렀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은 이같은 추세가 더 뚜렷하다. 월세 비중이 64.1%에 달하며, 전세는 35.9%로 크게 뒤처졌다. 전세 제도가 사실상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속히 위축되고, 대신 월세가 주류로 자리잡는 흐름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급격한 이동은 2020년 7월 시행된 새 임대차법 이후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전셋값이 급등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대거 월세 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다. 여기에 올해 6·27 대책으로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줄면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할 때 활용하던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가 기존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축소됐고,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대출이 차단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도 80%로 낮아졌다. 은행권마저 전세대출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추세여서 전세 수급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러한 월세화가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무주택가구는 961만8474가구로, 전체 가구(2207만 가구)의 43.6%에 달한다. 2020년 처음 900만 가구를 넘은 뒤 불과 2년 만에 950만 가구를 넘어섰고, 1000만 가구 돌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하다. 수도권 무주택가구는 506만800여 가구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은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무주택 가구 비율이 절반을 넘는 지역으로,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광주·전남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50%를 밑돌았다.

무주택 가구의 증가는 단순한 주거 형태 변화가 아니라 계층별 주거 불평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청년층과 고령 저소득층 1인 가구 증가가 무주택 가구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5월 91.3에서 올 6월 100.6까지 상승했고, 월세 통합가격지수도 같은 기간 95.9에서 100.6으로 올랐다. 전세와 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세입자 부담은 배가되고 있다.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난다고 해서 주거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거주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전세 제도의 축소와 월세 확대는 시장 구조 변화와 함께 사회경제적 문제로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가 줄어든 자리를 월세가 대체하면서 무주택 서민·청년층 등의 주거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현재는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로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한 월세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결국 세입자는 자가 보유와 월세살이 중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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