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퇴색해가는 광복절의 의미
지자체 무관심에 민간단체도 외면
보성군·고려인마을 행사 돋보여
2025년 08월 15일(금) 08:30
중국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실물 크기로 복원한 함평군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주변의 무궁화가 광복절을 앞두고 만개했다. <함평군 제공>
광복 80주년을 맞았지만 광주·전남지역에서 광복절(8월15일)의 분위기를 느끼거나 되새길 수 있는 행사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광복절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고, 아무런 행사도 없이 8월15일을 보내는 지자체마저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광복절을 모르는 청소년들도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매년 치르는 대규모 광복절 경축식을 제외하면 광복절 주간에 광주·전남지역 27개 기초단체 가운데 의미 있는 행사를 치르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심지어 독립유공자나 그 가족을 찾아 위문하는 지자체들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연간 수많은 행사를 진행하는 민간단체들의 행사도 광복절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광주고려인마을이 15일 오전 개최하는 ‘봉오동 전투 물총축제’가 사실상 유일한 시민참여형 행사라고 볼 수 있다. 이 행사는 1920년 홍범도 장군이 지휘해 독립군이 일본군을 격파한 봉오동 전투를 물총축제 형식으로 재현했다.

보성군은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대규모 광복 80주년 기념음악회를 열었다. 군은 14일 오후 7시 벌교 채동선음악당에서 ‘벌교의 교향시, 벌교 칸타타’를 열었다. 벌교는 한국 근현대 민족음악의 선구자 채동선 선생과 민족문학의 거장 조정래 작가를 배출한 예술과 저항의 고장이다. 이번 공연은 채동선의 선율과 조정래 태백산맥의 서사가 어우러져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전쟁, 분단과 통일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 가까운 민족의 이야기를 풀어낸 무대이다.

영암군은 15일 오후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서 일제강점기 영암 학생들의 항일 외침과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예술로 기리는 공연 ‘우리 唱(창)가를 부르게 하라’를 공연한다. 이 공연의 제목은 1922년 영암보통학교 학생들이 조선어와 창가 교육을 요구하며 벌인 동맹휴학에서 따왔다.

고흥군은 16일 오후 9시 녹동항 바다정원 일대에서 광복 80주년 기념 ‘드론쇼 및 해상 불꽃쇼’를 개최한다. 군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드론 700대를 활용해 애국지사들의 모습 등을 형상화한다. 또한 군은 직영중인 농수축 특산물 쇼핑몰 ‘고흥몰’을 통해 11~14일 나흘간 고흥 특산물을 싸게 판매한 ‘태극기처럼 뜨거운 할인전’을 펼쳤다.

담양군은 지난 12·13일 지역 어린이 50명을 대상으로 보훈 교육 프로그램 ‘담보특공대’를 운영했다. 담보특공대는 지역 아동들이 군내 보훈시설인 고하 송진우 선생 생가와 기념관, 평화예술광장을 탐방하며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함께 담양과 영광, 장흥 등 일부 군은 광복절 주간에 지역 내 독립유공자 유족을 위문했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들의 주간 보도자료나 단체장 공개 일정 등에는 독립유공자 위문마저 빠져 있을 정도로 광복절에 대해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복회의 한 관계자는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듯이, 광복 없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는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년 돌아오는 연례 행사기는 하지만 광복절만큼은 다른 날과 달리 우리의 현재를 있게 한 날인 만큼 온 국민이 기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흥=주각중 기자 gjju@kwangju.co.kr

/보성=김용백 기자 kyb@kwangju.co.kr

/영암=전봉헌 기자 jbh@kwangju.co.kr

/담양=한동훈 기자 hd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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