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앙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청해진 유적 국가유산 지정 40주년을 맞아 완도군이 최근 개최한 장보고 국제학술회의에서 1200년 전 신라시대의 고기후(古氣候)가 소개됐다. 일본 고베여자대학 야마우치 신지(山內 晉次) 교수는 ‘일본 고대 국제 교류사 연구에서 본 장보고’ 논문에서 서기 840년대 급격한 기후 변화를 주목했다. 장보고의 활동 연대(8세기 말∼841년)와 겹치는 이 시기에 신라는 급격한 기온 저하를 동반한 한랭 기후를 겪었다. 실제 삼국사기에는 애장왕(809년) 재위 당시 1년 동안 이어진 가뭄을 시작으로 798년부터 897년까지 가뭄, 기근, 홍수 등 기상이변이 27차례 등장한다.
기후 한랭화와 강수량의 급격한 감소는 동아시아 왕조의 흥망과 사회체계에도 격변을 일으켰다. 일본에서는 잦은 기근과 역병이 발생했고 859년∼884년에 걸쳐 당나라에서는 구포의 난, 방호의 난, 황소의 난, 이극용의 난 등 반란이 이어졌다. 840년 위구르 제국이 와해됐고 842년 티베트 제국이 무너졌다.
야마우치 신지 교수는 극한 기상현상에서 장보고의 당나라 진출의 이유를 유추한다. “사회적 피폐와 혼란 속에서 신라인들 중에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국을 떠나는 이들이 다수 등장했고, 젊은 시절 장보고도 대규모 인구 이동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장보고가 원대한 꿈을 품고 당나라에 간 것이 아니라 살길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갔다는 설명이다. 같은 시기 신라인이 일본으로 이주한 사실이 일본 역사기록에도 등장한다.
최근 인류가 경험하는 기후재앙이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난화 때문이라는 주장과 단지 지구 기후의 장기변동과 관련된 현상이라는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번영과 쇠퇴가 기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기상이변은 국제적으로 뉴노멀이 됐다.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괴물폭우’가 쏟아진 것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기상이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우리의 삶은 물론이고 국가 운명을 결정하는 당면과제가 됐다. 장구한 인류의 역사가 알려주는 교훈이다.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penfoot@kwangju.co.kr
최근 인류가 경험하는 기후재앙이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난화 때문이라는 주장과 단지 지구 기후의 장기변동과 관련된 현상이라는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번영과 쇠퇴가 기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기상이변은 국제적으로 뉴노멀이 됐다.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괴물폭우’가 쏟아진 것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기상이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우리의 삶은 물론이고 국가 운명을 결정하는 당면과제가 됐다. 장구한 인류의 역사가 알려주는 교훈이다.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