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다시 쓰기 - 이보람 예향부 부장
아침 알람 소리에 깨고, 미지근한 물 한잔을 마신 후 아이 등교를 도운 다음 익숙한 길을 따라 출근하기.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집안일을 마무리 한 뒤 잠자리에 들기. 일상의 반복. 매일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하루. 우리는 이것을 ‘루틴(routine)’이라고 부른다. 스포츠 선수가 최상의 집중력과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거나 예술가가 무대에 오르기 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정한 자기만의 의식을 치르는 것도 일종의 루틴에 해당된다.
단순히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의미를 넘어 루틴은 우리 삶의 구조이면서 무너졌을 때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내는 틀이기도 하다. 때로는 답답하고 지루하기도 한 그 반복들이 어쩌면 내 삶을 붙잡고 있는 끈이 아니었을까. 그 끈을 잠시 놓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기치 못한 사건, 큰 변화, 혹은 이별. 루틴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예상치 못한 일상의 변화에 기존의 루틴이 멈추자 하루가 낯설게 느껴진다. 몸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아직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 바쁜 업무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걸 머리는 알고 있지만 감정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다. ‘루틴’이라는 단어가 새삼 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는 하루, 같은 길을 걷는 출근길, 무심코 흘러가는 저녁 시간까지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들이 나도 모르게 나를 지탱해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누군가는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는 생활이 권태롭다고 하지만 그런 사소한 루틴들이 모여 내 삶의 구조를 이루고, 그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안정감을 느낀다.
삶의 리듬이 어긋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로 인해 흔들릴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루틴을 다시 완벽하게 회복할 필요는 없다. 혼란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잡기. 익숙한 루틴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금의 나에게 맞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가기. 그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닌 사소한 반복에서 시작된다. 이전과 똑같을 필요는 없다. 다만 나를 위한 루틴이면 된다. 다시 나를 살게 해주는 리듬. 그 리듬을 따라 루틴을 천천히 다시 만들어가보자.
/이보람 예향부 부장 boram@kwangju.co.kr
삶의 리듬이 어긋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로 인해 흔들릴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루틴을 다시 완벽하게 회복할 필요는 없다. 혼란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잡기. 익숙한 루틴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금의 나에게 맞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가기. 그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닌 사소한 반복에서 시작된다. 이전과 똑같을 필요는 없다. 다만 나를 위한 루틴이면 된다. 다시 나를 살게 해주는 리듬. 그 리듬을 따라 루틴을 천천히 다시 만들어가보자.
/이보람 예향부 부장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