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서 시작하는 K-에너지 혁명- 정현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
2025년 08월 08일(금) 00:00
지난 7월 31일 ‘에너지의 흐름을 바꾸다, 전남에서 시작하는 에너지 분권’을 주제로 국회 포럼을 마치자마자 휴대폰이 요란했다. 수고했다는 인사 대신, 쏟아진 질문은 하나였다. ‘전남 차세대 전력망이 대체 뭐고, 이걸 하면 뭐가 좋아지냐’는 것이었다. 정부가 이 날 전남을 차세대 전력망 혁신기지로 선포하면서 내년도 2000억원 규모의 사업 추진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민선7기 시작과 함께 재생에너지를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의 성장축을 마련한다는 정책을 흔들림 없이 다져왔고 그 뚝심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정부 브리핑 영상을 찾아봤다.

기대감으로 영상을 마주한 끝에는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온 몸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전력망(단기), RE100 산업단지(중기), 에너지고속도로(장기)로 이어지는 국가 에너지 대전환 및 미래 에너지 산업 선도국가로 향하는 최전선에 전남이 서 있었다.

전남이 제대로 해내야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 청사진이 완성되는 것이다.

전남 차세대 전력망 시범사업은 전남 지역의 발전을 넘어 국가 전력망을 혁신하는 출발점이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전략산업(제2의 반도체)으로 차세대 전력망 산업을 이끄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차세대 전력망은 동네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같은 동네에서 소비할 수 있는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독립형 전력망) 구축이 핵심 내용이다. 작은 전력망이지만 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을 AI 통합시스템으로 제어하여 재생에너지의 생산·저장·소비·거래를 최적화할 수 있는 똑똑한 전력망이다.

전남형 마이크로그리드 시범사업이 성공리에 진행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국가 차원의 재생에너지 수급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 원전 등 기저 전원과 재생에너지 간의 에너지믹스가 용이해져 기존 전력망 내에서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전력망 운용이 가능해진다.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 전남 시범사업으로 예고한 2000억원의 투자가 전남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즐거운 상상이다.

한전은 오는 2038년까지 약 72조원을 투입해 송변전 설비를 구축하는 제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을 지난 5월 발표했다. 장거리 송전망 건설 비용을 최소화하고 정부가 마이크로그리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한다면 전력계통 패러다임 변화와 혁신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또 재생에너지 기반 분산형 전력망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고, 더 나아가 K-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이 세계적 표준이 되어 수출 산업화로 이어진다면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제부터 시작이고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전남도가 차세대 전력망 핵심기술을 선점하고 이를 핵심 인프라로 활용해 RE100 산업단지를 진정한 지역 성장축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전남도는 정부가 발표한 ‘차세대 전력망 추진단’에 적극 참여해 산단, 스마트팜, 캠퍼스, 공항 등에 적용할 구체적인 맞춤형 사업모델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차세대 전력망 조성 및 산업육성 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에너지공대를 중심으로 인근 산학연의 공동 연구개발, 기술창업 협력·성장 플랫폼으로 ‘K-GRID 인재·창업 밸리’를 정부와 협력해 촘촘히 구축하고 차세대 전력망 산업 생태계가 전남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내 기업,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공공성을 높이고 햇빛 바람 연금·배당으로 도민에게 개발이익이 최대한 환원될 수 있도록 공공개발 및 주민참여 확대 방안을 제도화하고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큰 숙제이다.

전남이 더 이상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에 보내기만 하는 지역이 아니라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RE100 산업단지 기반으로 첨단산업이 모여들고 도민의 삶을 바꾸는 진정한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로 우뚝 서는 그날이 머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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