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끊임없이 교감하는 갯벌 생물 백과사전
우리는 갯벌에 산다-김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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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갯벌에 산다’는 갯벌에서 건져 올린 바다 생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진은 매생이 채취 모습.
<이글루 제공> |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의 새 책 ‘우리는 갯벌에 산다’는 “생물자원의 보고이며 지구상에 있는 완전성을 갖춘 마지막 생태계” 갯벌에서 건져 올린 바다 생물 32종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서해에서 살아가고 있는 바다 생물들의 70%가 갯벌에서 산란하고 자란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갯벌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수백년 동안 인간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관계를 맺어온 문화”다. 갯벌은 사시사철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곡식창고 역할을 했고, 인간은 갯벌에 의존해 삶을 이어왔기에 ‘공존의 질서’를 마음에 새기며 갯벌을 살리는 일은 중요하다.
책은 우리에게 친숙하거나 낯선 갯벌 생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갯벌의 역사와 문화, 갯벌과 동고동락해온 어민들의 삶, 감칠맛 나는 갯벌 음식, 생태계와 기후변화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정약전의 ‘자산어보’, 서유구의 ‘난호어목지’, 김려의 ‘우해이어보’ 등 각종 문헌을 통해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생물이 살아가는 갯벌, 생생한 어민들의 삶의 모습을 써내려갔다.
‘갯벌은 삶이다’, ‘갯벌은 단단하다’ 등 모두 4부로 구성된 책에는 어촌의 곳간을 책임져온 바지락, 갯벌을 지키는 토종의 맛 매생이, 바다의 쌀 우뭇가사리, 조선의 왕도 탐한 꽃게, 망둑어, 전복, 홍합 등 다양한 생물의 이야기가 실렸다. 낯선 생물도 눈에 띈다. 마치 외계인을 닮은 듯한 바닷물고기 개소겡(전라도 사투리로는 대갱이), 고무를 썰어놓은 듯한 모양새의 연체 동물 군소, 칼국수나 파스타에도 사용되는 조개류 동죽 등이다.
매생잇국, 가리맛 조개 무침, 멍게와 꼬막 비빔밥, 서해안의 별미 백합죽 등 각 글의 마지막에 실린 음식 이야기는 입맛을 다시게 한다. 격식을 갖춘 상차림도 좋지만, 현지 주민들이 늘 먹던대로 내놓은 소박한 밥상은 더욱 정감있게 다가온다.
갯벌은 “어촌의 얼굴이자 어촌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는 저자는 “다양한 생물의 공동체인 갯벌에서 인간과 갯벌 생물과 물새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인간의 시선이 아니라 갯벌 생물의 하나로서 갯벌을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글루·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