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화장실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초년기자 시절 ‘아름다운 화장실 협의회’라는 단체를 취재한 적이 있다.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자는 캠페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화장실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컨셉이 신선했다. 모임 결성을 주도한 곳은 수원시였다. 수원시는 화성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관광유산에 등록되고 2002년 월드컵 경기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체계적인 화장실 가꾸기에 나섰다.
당시 찾았던 수원 광교유원지 화장실은 외관부터가 기존의 공중화장실과는 달랐다. 지금은 별로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파우더 룸과 광교 저수지를 조망할 수 있는 투명유리창도 인상적이었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여기 화장실 맞냐며 취재하던 나에게 묻던 기억이 난다.
‘화장실’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다. 주인공은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음료를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시부야구의 화장실을 순회하며 청소하고 잠들기 전 고다 아야의 ‘나무’를 읽는다. 영화는 반복적인 일상을 무심히 보여주는데, 이 영화로 칸느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화장실이다. 주인공이 다음엔 어떤 화장실을 청소할까 궁금해지고, “이게 화장실 맞아?”라는 느낌의 범상치 않은 화장실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2020 도쿄올림픽을 맞아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로 지어진 17개 화장실은 안도 다다오를 비롯해 프리츠커상 수상자 등 16명의 건축가가 설계했고 ‘화장실 순례’ 프로그램까지 운영중이다.
광주에서도 화장실이 화제가 됐다. 국립공원 무등산 토끼등에 만들어진 화장실이다. 경관훼손 등을 이유로 등산객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광주시장까지 등판해 재설계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번 논란은 화장실이 기능적인 공간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든 공공건축물이 그렇다. 단순히 목적에 맞는 기능적인 역할 뿐 아니라 도시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동해야한다. 사람들이 공공건축물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 것. 화장실 논란이 가져다준 교훈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화장실’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다. 주인공은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음료를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시부야구의 화장실을 순회하며 청소하고 잠들기 전 고다 아야의 ‘나무’를 읽는다. 영화는 반복적인 일상을 무심히 보여주는데, 이 영화로 칸느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광주에서도 화장실이 화제가 됐다. 국립공원 무등산 토끼등에 만들어진 화장실이다. 경관훼손 등을 이유로 등산객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광주시장까지 등판해 재설계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번 논란은 화장실이 기능적인 공간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든 공공건축물이 그렇다. 단순히 목적에 맞는 기능적인 역할 뿐 아니라 도시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동해야한다. 사람들이 공공건축물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 것. 화장실 논란이 가져다준 교훈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