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 않은 그곳, 역동적 공간으로 되살리다
복합문화공간, 도시의 미래가 되다 (3) 청주 문화제조창
2011년 담배공장을 공예비엔날레 주전시장으로 활용
지방 최초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개관 수장고 직접 관람
첨단문화산단·도서관 등 입주 도시재생 대표공간으로
2011년 담배공장을 공예비엔날레 주전시장으로 활용
지방 최초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개관 수장고 직접 관람
첨단문화산단·도서관 등 입주 도시재생 대표공간으로
![]() 문화제조창은 지난 2018년 지방 최초의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 들어서면서 명실상부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는 9월 7일까지 열리는 ‘수채: 물을 그리다’ 전에서는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이인성, 서동진 등 국내 유명 미술가 34명의 수채화 1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제공> |
![]() 문화제조창은 다양한 문화예술기관들이 밀집된 매머드 복합문화공간이다. 문화제조창 전경.
<사진=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
취재를 위해 담당자에게 연락하자 ‘문화제조창 굴뚝’에서 만나자는 답신이 왔다. 순간, 이곳이 예전에 담배공장이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아무리 그래도 외지인의 눈에 굴뚝이 쉽게 띌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기우였다. 주차장에서 나와 문화제조창으로 향하는 입구에 1960대 지어진 50m 높이의 시멘트 굴뚝이 우뚝 세워져 있어 단박에 찾을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오르면 청주 시청 제2 임시청사, 3, 4층은 공예비엔날레의 주전시장인 3,000㎡ 규모의 전시실이 나온다. ‘2025 공예비엔날레’ 개막을 한달 앞둔 탓인지 주 전시실과 108~730㎡의 작은 갤러리 등 10개의 전시관은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었다. 흥미로운 건, 주전시실에서 진행된 공예비엔날레의 공모전 심사였다.
공모전은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보자기×젓가락 연결 짓기’를 주제로 지난 7월21일~25일까지 접수한 국내외 작가 작품들을 엄선해 비엔날레 기간에 전시하는 메인 프로그램이다. 지난 1999년 제1회 대회부터 매회 대상작 6000만원을 비롯해 금·은·동 부문의 작품들을 구입해 청주시한국공예관(공립미술관)에 상설 전시한다. 지난해까지 13회의 행사를 치르면서 100여 점의 국내외 작가 작품들을 확보했다.
![]() 문화제조창 일원에서 펼쳐진 ‘2023년 청주공예비엔날레’ |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1층 개방 수장고. |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씩 내려 오면 가공되지 않는 옛 모습 그대로의 기둥과 벽의 골격들이 6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5층에서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 시절’ 담뱃잎 보관 창고였던 동부창고가 눈에 띈다. 1960년대 목조트러스와 적벽돌로 지어진 이 곳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근대산업 유산으로 가치가 높다. 현재 7개 동이 남아 있는 동부창고는 시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마음의 창고’ 같은 곳이다. 쿠킹, 목공 등 소소한 취미를 나누는 생활문화클래스는 물론 청주꿈나무 오케스트라, 꿈의 무용단 등의 연습공간, 동아리 활동 장소로 쓰이는 시민들의 예술놀이터이다.
1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공간은 뮤지업 숍이다. 지난 2019년 개관에 맞춰 세계공예도시 청주 브랜딩의 일환으로 단장된 이 곳은 공예작가들의 수준높은 작품에서부터 생활자기와 스카프, 가죽 가방, 유리 식기 등 실용 공예품과 문화상품까지 1천100여 종이 판매되고 있다.
문화제조창의 운영을 맡고 있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안승현 문화산업본부장은 “재단은 콘텐츠산업, 공예진흥, 시민예술, 문화도시 등을 큰 축으로 도시 역량과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높이는 활동을 펴고 있다”면서 “공예비엔날레의 도시답게 청소년 공예학교, 시민대상 도슨트 양성,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 지역 공예 생태계와 저변확대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말했다. 문화제조창의 장소성을 살린 ‘달빛투어’와 ‘꿀단지 프로젝트’는 외지인들에게 청주의 매력을 보여주는 관광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제조창이 전국구 명소로 떠오른 데에는 지방 최초의 국립현대미술관(MMCA) 분관을 빼놓을 수 없다. 문화제조창 본관 옆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어 네 번째로 문을 연 곳으로, 소장품을 보관하는 비밀의 공간인 수장고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은은한 조명과 깔끔한 분위기가 감도는 여느 전시장과 달리 비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늘어선 작품들은 낯설게 느껴진다. 철제로 만든 선반 위에 조각 작품들이 나란히 쌓여 있고 바닥 곳곳에도 대형 설치 작품들이 놓여 있다.
![]() 문화제조창 본관 1층에 자리한 뮤지엄숍. |
![]() 지난해 통합 청주시 10주년을 기념해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 개최된 ‘공예의 땅, 우리 함께’. |
3층은 정부가 미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해 미술작품을 대여해 주는 ‘미술은행’ 소장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개방형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 두 가지 형태로 운영중이며 미술품의 전문적인 보존 처리, 검사 과정은 ‘보이는 보존 과학실’에서 공개한다.
문화제조창은 빼어난 건축미를 뽐내는 여타 복합문화공간과는 결이 다르다. 하지만 폐산업 유산도 차별화된 콘셉트로 리모델링한다면 도시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매력 100선 ‘로컬 100’에 이어 청주시의 미래유산 1호로 선정된 게 그 방증이다.
/청주=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