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청 직원들이 전하는 ‘서바시’ 눈길
매월 AI 챗봇·위탁가정 등 다양한 주제 강연…외부강사 초청도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소통과 지혜 나눠…다음 강연도 기대”
2025년 08월 04일(월) 19:45
김혜일 서구청 행복교육과 교육협력관이 기타를 치며 이문세의 ‘사랑이 떠나가면’을 부르고 있다.
광주시 서구에서는 매월 한 차례 서구청 직원들이 직접 강단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서바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서바시는 ‘서구를 바꾸는 시간’의 줄임말로 CBS 시사·강연 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에서 이름을 따왔다.

지난 4월 직원들 간 소통을 위해 처음 시작된 서바시에는 자유 주제를 바탕으로 매회 공무원 2명, 외부 강연자 1명이 강사로 나선다. 이들은 15~20분간 100여 명의 직원들 앞에서 PPT 발표 형식으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 운동, 패션 등 일상을 공유하거나 독특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호응도 크다.

첫번째 강연에서는 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진 행복교육과 강용태 주무관이 와인 상식, 테이블 매너 등을 공유했고 외부 강연자로 나선 조인아 랩인바이오 대표는 청년 창업가로서 창업 실패와 극복 사례를 이야기했다. 두번째 강연에서는 도서관과 신지영 주무관이 서구 독립서점을 소개했고 복지정책과 조모연 주무관은 MBTI 유형별 기부 성향 분석 등 나눔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최근 서구청 들불홀에서 열린 네 번째 서바시에는 모두 세 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양성아동복지과 아동보호팀 이병숙 주무관은 복지과에서 근무중 인연을 맺어 가정 위탁중인 고2 여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부모의 이혼으로 친척 집을 전전하고 자해와 정신병원 입원 이력 때문에 시설 입소가 어려운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매일 식사를 챙기고 대화를 나누며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심리상담사 시절 인상 깊은 사례도 소개했다. 방 문조차 열어주지 않던 고 3 학생의 방 문 앞에서 한 달간 일방적인 대화를 이어가던 그는 상담이 끝나던 날 자신의 명함을 문 아래로 밀어 넣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학생은 명함에 적힌 주소로 찾아왔고 이후 적극적인 심리 치료를 통해 요리전문대 졸업 후 유명 셰프로 성장했다.

그는 “한 아이에게는 단 한명의 어른이면 충분하다”며 “아이들은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문지영 세무2과 주무관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AI 챗봇’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최적의 식단 구성, 개인 맞춤형 영양제 추천, 아침 스킨케어 루틴 구성 등 일상에서 AI 챗봇에게 도움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챗봇 활용법에 서툰 직원들은 문 주무관의 스킬을 전수받고자 발표 화면을 휴대전화로 찍기도 했다.

문화기획자 출신 김혜일 행복교육과 교육협력관은 ‘예술이 변화시킨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는 중3 때 어머니가 “남자가 기타는 칠 줄 알아야 한다”며 쥐어준 5만원으로 기타를 구입한 후 음악과 함께하며 풍요로워진 삶에 대해 설명했다. 또 남편을 떠나보낸 뒤 외로움과 공포로 힘들어했던 어머니가 그림을 시작한 뒤로 우울증과 불면증을 떨친 일화를 들려줬다.

강의 후 김 협력관은 기타 연주로 이문세의 ‘사랑이 떠나가면’과 이선희의 ‘행복의 나라로’를 선보였고 직원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봉을 흔들고 함께 노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강의를 들은 서구청의 한 주무관은 “매일 구청에서 만나지만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도 많고, 각자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유익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다음 강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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