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에 가미한 현란한 표현적인 색채
진도 출신 전정 박항환 기획 초대전
세종대 세종뮤지엄갤러리서 오는 13∼24일
세종대 세종뮤지엄갤러리서 오는 13∼24일
![]() ‘소리’ |
![]() ‘소리’ |
전정(田丁) 박항환(78)의 예술여정을 들여다보면 법고창신을 절로 떠올리게 된다. 전정은 전남 진도 칠전마을에서 태어났다. 남농 허건과 도촌 신영복의 문하에 들어가 남종 문인화에 입문했다. 호방한 붓질과 남도 특유의 정서로 빚어낸 그의 화업은 금새 절창의 칭송을 받았다.
‘세월이 남긴 이야기’, ‘봄을 열다’, ‘사철가’ 등 일련의 전시에서보다 한층 증폭된 추상버전을 선보인다. 남종화의 전통에서 비롯됐을 터이지만, 전정 특유의 까칠하고 분방한 운필과 거뭇한 먹빛은 깊고 그윽하며 맑은 맛을 더하고 있다. 특히 수묵의 유현한 가치와 현학적인 해석 대신 적극적이고 현란하며 표현적인 색채를 취한다.
전시작들은 10~20호에서부터 200호가 넘는 40여점의 대작들로 구성된다. 전정은 ‘소리’라는 테마에 ‘융융한 꽃밭, 즐거운 웃음판’이라는 부제를 부쳤다. 상념의 주체인 작가 자신과 객체인 오브제들을 유기적인 소리로 연결하는 청각적 구도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전시회 발문에서 ‘화면에는 하나같이 융융한 꽃밭의 향기가 넘치고, 찬란히 기쁨을 터뜨리는 즐거운 웃음판이 벌어진다. 연밭 사이에서 오리가 뛰놀고, 폭죽 터진 매화동산에서는 멧새들이 깔깔대며 소리판을 벌인다’고 적었다.
전정은 “법고와 창신은 대립적인 가치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전통을 계승하되 변화의 새로움을 잊지 않는 생명력을 작품에 불어넣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세상을 건너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게 우리의 삶”이라며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융융한 꽃밭을 보고 즐거운 웃음으로 하루를 건넜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정은 미국 LA타이그레이스화랑 초대전 등 20여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진도군 전정박항환미술관 명예관장, 한국미술협회 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