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08월 04일(월) 00:00
수장고(收藏庫)는 박물관, 미술관 등의 소장품들을 보관하는 공간을 일컫는다. 금융기관의 ‘금고’와 같은 곳으로, 일반인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된다. 도서관의 경우 보존서고라 불리며 유물과 작품의 보존 및 관리가 주 목적이다. 일정한 항온·항습이 중요한 것은 한번 파손되거나 유실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장고의 기능은 유물의 보존이나 유지 같은 단순한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를 비롯해 간단한 복원 작업도 이뤄진다. 축적된 유무형 자료는 학문과 학술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된다.

얼마 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아시아문화박물관 수장고를 볼 기회가 있었다. ACC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기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수장고를 공개한 행사였다. 인솔하는 직원을 따라 들어간 수장고는 지하 비밀요새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곳에서는 아시아 각국에서 수집하거나 기증 받은 다양한 자료들을 일정한 분류 체계에 따라 보존·관리하고 있었다.

ACC 수장고 견학을 하고 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공교롭게 ‘광주시 개방형 광역 수장 보존센터’ 건립이 중단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광주시는 인근 전남 시·군으로부터 부지를 제공받아 수장고를 건립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중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2회에 걸친 부지 공모가 유찰되면서 용역 자체가 중단된 것이다. ‘통합수장고’ 사업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역사민속박물관, 시립미술관 등 각 기관에 분산돼 있는 소장품들을 한 곳에 모으는 프로젝트다. 현재 한국학호남진흥원의 수장고 포화율이 98%에 달하고 역사민속박물관 97%, 시립미술관 95%에 육박할 만큼 지역 수장고 사정이 녹록지 않다.

올해 초 국립한글박물관 증축 공사 중에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다행히 전시물이 수장고에 보관 중이었던 데다 보물급 유물은 중앙박물관으로 즉시 이송해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당시 화재는 수장고의 중요성을 일깨운 계기였다. 다양한 문화자료의 보고(寶庫)이자 응결체인 수장고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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