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민 ‘레드라인’ 쌀·소고기 지켰다지만…안심하긴 이르다
美 “시장 개방 합의” 주장에 농민 불안 여전…비관세 압박 여지 남아
전남 전국 최대 쌀 생산지…농업계 “책임 있는 후속 협상 필요”
2025년 08월 03일(일) 18:00
/클립아트코리아
한국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일단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추가 협상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우리나라 최대 농도인 전남 농민의 불안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측의 ‘시장 개방’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후속 협상에서 비관세 장벽 완화를 명분으로 농산물 수입 확대가 재차 거론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현지시간) 타결된 한미 양국 무역 합의는 한국이 미국에 총 4500억달러의 투자(총 3500억 달러)·구매(1000억달러) 패키지를 제공하고, 미국이 8월 1일부터 부과하려던 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이미 부과 중인 25%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미 양국은 그간 쟁점이던 농산물·디지털 등 분야의 ‘비관세 장벽’ 이슈는 일단 남겨두고 투자·구매와 관세 인하를 맞바꾸는 개괄적 수준의 합의를 이루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협상이 협상의 최종적이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합의한 것이 아닌 앞으로의 협상을 위한 기본적인 틀과 방향성을 마련한 ‘프레임워크’ 합의적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향후 세부 협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국 최대 쌀 생산지이자 한우 사육지인 전남의 경우 미국이 세부 협상에서 또 다른 유형의 농축산물 개방 등을 압박할 경우 그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 타결 직후 “한국은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언급했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한국이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쌀을 포함한 농산물 분야에서는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즉각 해명했지만, 양측 발표 간 온도차는 지역 농민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일단 이번 협상단 수석대표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미국 측이 한국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 개방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검역 절차 등 기술적 사항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농업계는 여전히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비관세 장벽과 관련된 협의가 남아있는 만큼 책임 있는 후속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전국한우협회도 “식량 주권과 국민 건강권은 타협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미국측이 우리 농축산물 비관세 장벽 축소와 시장 개방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채류에 대한 한국의 검역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이번 협상 과정에서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집회 사진까지 제시하며 한국 농업의 정치·사회적 민감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연료용 바이오에탄올 옥수수 수입 확대 등을 협상 카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54211600787577005
프린트 시간 : 2025년 08월 04일 0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