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이 앞당기는 RE100 산업의 미래 - 김영선 전남연구원장
2025년 07월 29일(화) 00:00
출범한 지 한 달을 갓 넘긴 지난 10일, 정부는 가칭 ‘RE100 산업단지 및 에너지 신도시 조성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추진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25일 새 정부 최초 타운홀 미팅에서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 전남’을 위해 김영록 전남지사가 대통령께 드린 건의에 대한 화답으로 읽혀진다.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는 법률 제정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획기적 선언이다. 특히 ‘기업 RE100 수요 100% 충족’과 ‘지역 재생에너지 100% 활용’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구상은 탄소중립시대 산업정책의 본격적 전환을 예고한다 할 수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원의 최적지로서 그간 역량을 집중해 온 전남의 에너지 전략이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접점을 이룬 사례로, 향후 지역과 국가 간 에너지 전환 협력이 본격화될 수 있는 기반이자 지역 균형발전의 새로운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전남이 국가 에너지 대전환의 선도주체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인 것이다.

지난주 전국을 강타한 기록적인 ‘극한 폭우’와 반복되는 ‘극한 폭염’은 기후위기의 현실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했다. 기후 위기는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고 그 피해는 갈수록 더 광범위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 기반의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단지 에너지 전환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RE100 산업단지 조성은 한국 산업의 생존 전략이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가적 선택이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풍부한 일사량과 풍황 조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총 23GW 규모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안 해상풍력, 대불·영광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AI 기반 에너지 신도시인 솔라시도와 해남, 광양 등을 연결하는 ‘서남권 50만 에너지 혁신성장벨트’는 이러한 전남의 청사진을 실체화할 핵심 축이다.

전기요금 인하, 정주여건 혁신 등 기업 유치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 역시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RE100 산업단지 규제 혁신, 교육 및 정주 인프라에 대한 파격적 지원, 지산지소 효과를 반영한 전기료 할인 방안 마련 등은 RE100 산업단지 운영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결정적 요소다. RE100을 실현하려면 전남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확신한다.

전력망 측면에서도 새로운 돌파구가 제시되었다. 정부는 100일 내 1GW, 연말까지 2.3GW의 계통 접속 물량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전남이 제기해 온 ‘계통 접속 정체 문제’에 실질적으로 응답했다. 이에 따라 HVDC(초고압직류송전) 등 신기술을 적용한 K-그리드 고속망 구축 계획이 AI 시대에 대비한 전력 인프라 혁신의 기폭제가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 수용성이다. 전남도는 이미 재생에너지 개발에 따른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제 등의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지역이 생산하고 지역이 소비한다’는 원칙은 단순한 기술적 접근을 넘어 공동체 기반의 에너지 전환 모델로 주목받는다.

이제 전남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지를 넘어 첨단 식품산업, 고부가가치 농산업이 융복합된 미래 산업지대로 확장되고 있다. 기업도시 솔라시도와 AI 컴퓨팅 데이터센터, RE100 첨단산업단지 등은 이러한 구상의 실체다. 나아가 ‘에너지 기본소득’과 같은 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로 얻은 이익이 다시 지역경제로 돌아가 도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정책적 기반과 실행 여건이 마련된 지금, 전남이 기회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시점이다. 특별법 제정, 계통 혁신, 주민참여형 사업모델이 함께 추진될 때 전남은 글로벌 그린산업의 심장으로 도약할 수 있다. 에너지수도 전남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이 여정에 중앙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호흡하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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