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통해 길러진 집중력·감수성…환자 이해하는 데 큰 도움”
이우석 여수제일병원 심장내과 과장
전남도 미술대전 서예 특선
2025년 07월 28일(월) 19:10
여수 제일병원 심장내과장 이우석씨. 제61회 전남도미술대전 서예한문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인 율곡 이이의 한시 필사작품 앞에서 사진 찍고 있다.
여수제일병원 심장내과 이우석(47)진료과장은 정성들여 한 획, 한 획 글씨를 쓰면서 자신의 삶의 태도가 달라짐을 느꼈다. 그는 “예전엔 병만 보았다면 이제는 병 너머의 사람을 본다”며 “서예를 통해 길러진 집중력과 감수성이 환자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같은 글자를 수없이 반복해야 의미가 손끝에 배어들 듯, 환자의 마음도 천천히 바라보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바쁜 일과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이 씨가 최근 제61회 전남도 미술대전 서예 부문에서 특선을 수상했다. 입상작은 조선시대 유학자 율곡 이이의 한시를 필사한 작품. ‘그대가 좋은 때 찾아왔으니, 한바탕 웃으며 시를 논하자’는 구절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그는 “서예는 진료실 밖에서 만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자, 인간과 인간 사이를 잇는 매개”라고 말했다.

7년 전 전문의로 일하며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데는 먼저 서예에 입문했던 어머니와 동생의 영향이 컸다. 서울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시간을 내 서예를 배우는 것에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지역 병원에 정착하게 되면서 서예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중심이 됐다. 7년째 서울과 여수를 오가는 주말 가족으로 지내며 느낄 수 있는 고독도 서예가 품어줬다. 글씨를 쓰기 전날부터 어떤 구성을 할지, 어제 잘 안 된 획을 어떻게 보완할지 생각하다 보면 외로움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서예가 정신 수양의 수단을 넘어 창조로 나아가는 예술임을 깨닫는 순간부터 진료실 밖 또 다른 자아를 일깨웠어요. 서예는 인간관계처럼 획과 획 사이의 조화와 관계를 배우는 예술입니다. 신영복 선생의 ‘획의 성패는 관계 속에서 비롯된다’는 말처럼요.”

그는 이번 작품을 전통의 해서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호흡을 담아 써냈다.

“글씨는 형식이 아니라 마음과 에너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서체를 모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나만의 해석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진정한 예술의 시작이지요. 내가 쓴 글씨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다가갔다면 그 자체로 감사한 일입니다. 이번 수상은 붓을 놓지 말라는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고사성어나 명구를 직접 써서 강의에 활용하거나 동서양의 고전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해 글과 붓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구사중이다.

“예술이든 의학이든 본질은 아트(art), 즉 수련과 내면화된 기술입니다. 끊임없는 배움이 젊음을 유지시키는 힘이기도 하지요. 서예를 통해 느림의 미학, 여백의 성찰을 나누고 싶습니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적인 여백과 느림의 가치가 절실합니다.”

그는 “서툰 획 하나에도 인간의 결이 담겨 있고 그 조용한 울림이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서예가 지닌 본질적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글·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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