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의 출발점 ‘노후 상수관 정비’-김지원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유역협력단장
2025년 07월 22일(화) 00:00
광주전남 지역에 ‘극한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는 강렬한 기후 현상은 예고 없이 우리의 일상을 휩쓴다.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여름철 강우가 집중되는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갈수기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물을 확보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마시는 물 한 잔이 당연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거듭 상기시키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물관리의 패러다임은 ‘더 많이 확보하고 공급하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새롭게 확보할 수 있는 수원은 한정돼 있기에 ‘새지 않게 지키고’, ‘효율적으로 나누며’, ‘기후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향’을 원칙으로 이미 있는 물을 알뜰히 쓰고 살뜰히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노후 상수관망을 정비하는 데서 시작한다. 특히 중소 규모 군(郡) 지역은 급수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정비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땅속 깊숙이 묻힌 오래된 수도관은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서 소리 없이 물이 새고 있다. 이 작은 누수가 모이면 물을 잃고 에너지를 낭비하며 지구의 온도까지 높이는 큰 피해로 이어진다.

2023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 유수율은 85.0%이며 시(市) 지역은 89.2%, 군 지역은 70%대 중반에 불과하다. 유수율은 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이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비율이다. 수돗물 4t 중 1t 이상이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물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전력과 자원이 헛되이 사라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누적되는 것이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분석에 따르면 유수율을 1% 포인트만 높여도 하루에 t당 약 0.24㎏ 이산화탄소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하루 10만㎥를 공급하는 지자체가 유수율을 75%에서 85%로 높일 경우 연간 약 876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나무 12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양이다.

물을 지키는 일은 곧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깨끗한 물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새는 물을 막고 유수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오늘날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기후행동이자 가장 확실한 투자다.

환경부는 2017년부터 국비 지원을 통해 지자체의 노후 상수관망과 정수장 정비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이러한 국가사업에 참여해 기술력과 헌신으로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유역본부는 전남·전북·제주 지역에서 노후 상수관망 정비사업을 수행해 왔으며 진안군 사례는 그중에서도 지역공동체의 노력과 기술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 사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진안군과 함께 유수율을 44.3%(사업 전)에서 90.8%로 끌어 올렸다. 이는 단순한 수치 개선이 아니라 주민들이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는 환경을 되찾았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수자원공사는 진안군의 2024년 2차 국비 지원사업 대상 선정에 발맞춰 올해 6월 위·수탁 협약을 체결했다. 다시 한번 ‘물 복지’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순간에도 우리 곁에 있고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단순히 더 많은 물을 찾기보다 이미 있는 물을 잘 지키고 나누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후 상수관망 정비는 이러한 변화의 물꼬를 트는 물리적 기반이며 에너지 절감과 운영비 절감, 탄소 감축이라는 3중 효과를 통해 기후 회복력을 높이는 고효율의 투자다.

이제는 전국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상수도 정비사업을 기후대응형 사회기반시설(SOC)로 인식하고 전문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기술을 넘어 사람을 향한 물관리를 실현하며 ‘깨끗한 물이 곧 생명’이라는 가치를 지켜내는 글로벌 물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 가정의 식탁 위에 놓인 투명한 물 한 잔, 그 안에 담긴 안심과 평온. 그것을 지키는 일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물관리의 최종 목적지다.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53110000786966131
프린트 시간 : 2025년 07월 22일 19:3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