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기후위기 -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2025년 07월 18일(금) 00:00
야구 없는 저녁을 보내던 KIA 타이거즈 팬들은 후반기가 시작되는 17일을 기다렸다. 나성범과 김선빈이 부상 복귀를 하고 수술 뒤 긴 재활의 시간을 보낸 이의리까지 출격을 앞두면서 오후 6시 30분은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불청객이 찾아왔다. 하늘이 뚫린 듯 비가 내리면서 이날 광주에서 예정됐던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는 일찍 우천 취소가 결정됐다.

야구는 날씨에 가장 민감한 스포츠다. 스파이크를 신고 뛰는 선수들에게 그라운드 상태는 중요하다. 여기에 가죽으로 만든 글러브와 나무로 제작된 방망이를 사용하는 만큼 비에 취약하다. 가장 많은 144경기를 소화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사실상 사계절 내내 경기가 진행되는 만큼 날씨는 리그 운영에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변덕스러운 유난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이제는 그냥 ‘변수’가 아니다. 날씨를 ‘상수’로 두고 리그 운영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올해 KBO는 역대 가장 이른 3월 22일에 개막했다. 더위와 비로 인한 혹서기 경기 취소와 올스타브레이크 확대 등을 위한 방안이었다. 더위를 피하려다 보니 추위를 만났던 KBO는 본격적인 더위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앞서 KBO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지난 8일 클리닝타임 최대 10분 연장, 9월 14일까지 일요일 경기 5시 개시 등의 폭염 대비책을 발표했다. 이제는 폭우다. 세계적인 이상 기후 속 한국도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다. 비 없는 장마 뒤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여름철 각 구단은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개 구단으로 운영되는 KBO리그에서 돔구장을 쓰는 구단은 키움 하나 밖에 없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돔구장의 추가 건립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실적인 경기 수 축소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프로 스포츠 역사상 첫 1000만명 관중을 넘긴 KBO는 지난해보다 빠른 페이스로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하지만 날씨 고민에 빠졌다. 사실 야구가 문제가 아니라 기후 위기가 심각한 문제다.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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