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관(甕棺)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2025년 07월 14일(월) 00:00
선사시대에 시신을 매장하는 옹관(甕棺)은 주로 소아용으로 전세계적으로 사용된 묘제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시기 동남해안 지역에서 어린이용 옹관이 발굴됐고 청동기 시대에는 송국리문화권을 중심으로 소아용 옹관이 확산했다. 삼국시대 초기에는 영산강 유역권을 중심으로 성인용 옹관이 성행하는 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독특한 현상이기 때문에 영산강 유역 마한(馬韓)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일제 강점기 나주 반남고분군에서 시신 매장용 전용 옹관이 처음 발굴됐고 광주 신창동유적에서 소아용 옹관 53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동안 영산강 유역 성인용 옹관의 기원에 대해서는 전파·보호·상징·복합설 등이 제기됐다. 전파설은 백제 중심지역에서 전래된 것으로 보는 입장이고 보호설은 현지에서 시신 보호를 위해 도입했다는 주장이다. 상징설은 옹관이 알처럼 보인다고 해서 부활을 상징한다고 추정하는 견해이고 복합설은 기술·경제·문화 등 복합적 요인에서 기원을 찾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발생 배경에서는 논란을 거듭하고 있으나 지배적인 학설은 없다.

전남대에서 정년퇴임한 임영진 마한연구원장이 최근 호남고고학보에 게재한 ‘한국 성인용 옹관의 발생 배경’ 논문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눈길을 모은다. 임 원장은 “영산강유역과 맞물린 시기에 중국 발해만, 일본 규슈 서북부, 베트남 중부 등지에서 성인용 옹관이 사용되는데, 이 지역들은 해양교류가 활발한 시기의 주요 거점지역이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발해만 일대는 중원과 동북지역을 연결하는 핵심 통로였고, 일본 규슈 서북지역 등지는 한국, 중국, 동남아를 잇는 해상 활동의 거점이었다.

임 원장은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성인용 옹관이 사용된 지역에 대한 비교 검토결과 선박 제작과 성인용 옹관이 함수관계에 있다”면서 “선박 건조에 따른 목재 부족으로 인해 목관·목곽 대신 옹관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한다. 지난 12일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광주·전남의 고대 자산인 옹관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노력이 어지길 기대한다.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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